▲아버지와 어머니가 묻혀 있는 산소어머니는 1988년에, 아버지는 2014년에 두 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김승한
고향의 많은 사람들과 친척들이 병문안을 오고 엄마 장례식장에도 와주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이 이 모든 일이 막내 여동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입양만 하지 않았으면 이사를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교통사고도 없었을 것이랍니다. 공무원 월급 받고 논과 밭도 있으니, 남들 부러워하게 떵떵거리며 잘 살았을 거라고 말입니다.
우리 형제는 그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입원실에 누워 있는 막내를 보며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아빠는 상태가 좋지 않아 다리에 철심을 박고 수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큰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인데, 당시 아빠는 의식을 회복하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해 했다고 합니다.
<종교 다시 읽기>(청년사:박규태 외 지음) 라는 책을 보면, 가족공동체를 비롯한 지역 공동체의 집단관념과 종교의례를 다루며 다음 구절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공동체의 위기가 생기면 사람들은 집단 관념의 불연속성에서 원인을 찾는다." 개인과 집단 모두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그들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낯선 대상을 찾으려는 것이죠. 그 대상은 사람이나 물건 혹은 새로운 풍습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집안에 흉사가 있으면 새롭게 가족의 구성원이 된 며느리가 집중 타깃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공동체의 통과의례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집안에 사람을 들일 때는 잘 들여야 한다"며 그 집단에서 인정한 통과의례를 거치기 마련입니다.
입양아의 경우는 며느리보다 더한 눈총과 오해를 받습니다. 핏줄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공동체가 그만큼 폐쇄적이고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에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입양을 결정한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도 심사숙고할 부분입니다.
우연히 듣게 된 입양 사실... "아빠! 나 입양했어?"덧붙여 입양을 결정한 부모는 입양에 대한 안밖의 시선과 고통을 감당해야 할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아이에게 입양이란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말입니다. 물론, 아이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 책임감과 의무도 함께 말이죠. '우리'가 위험해질 때는 낯선 어느 것을 잘라버림으로써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우리 막둥이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삼촌과 아빠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이 입양아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눈물 지으며 아빠에게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아빠! 나 입양했어?"입양 사실을 알게 된 여동생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도 예뻐해 주던 엄마도, 병원에 누워 계신 아빠도, 세 명의 오빠도 친부모 형제가 아니라니! 당시 엄마가 돌아가시고 며칠 후에 외할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 큰 댁과 외가할 것 없이 다들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상태라 미처 여동생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 여동생의 아픔을 보듬어 주지 못해서인지 몇 년 후 이 상처가 곪아 터져버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1988년에 1월에 발생한 이 사고는 우리 가정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1980년 입양가정이었던 우리는 엄마의 사망과 아버지의 재혼(1989년)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가족의 탄생'을 맞게 됩니다.
1편에서 언급했던
(관련기사: '핏줄'이 이어져야만 가족일까요?) 한국어 위키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가족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 봅니다.
"'가족(家族)은 대체로 혈연, 혼인, 입양, 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집단을 말할 때는 가정이라고도 하며, 그 구성원을 말할 때는 가솔(家率)이라고도 한다."우리는 입양과 재혼으로 3남 2녀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생기고 여동생이 한 명 더 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다복하고 어엿한 가정의 모습을 갖춘 것입니다. 다음 편에는 두 번째로 맞이한 가족의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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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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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둥이 잘못 들여서 엄마가..."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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