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파스옮기기 사업에 참여한 봉사자들
옮김
- 말한 것처럼,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리 : "작년에는 포장도구나 제품을 더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들 없이 시작했어요. 지금은 포장하는 방법도 고안했고 포장할 때 세련되게 보일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준비 되어있어요. 어떻게 만들고 포장하는지를 생각하는데 몇 달이 걸렸어요.
'이런 방법이 좋은 거 같아'라고 생각했는데 환경을 파괴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더라고요. 재활용비누도 시중에 나와 있는 것처럼 비닐포장을 하면 과정이 훨씬 간편해져요. 비닐포장을 하면 비누들끼리 서로 들러붙거나 뭉개질 일도 없어서 훨씬 편하거든요.
근데 받는 입장에서 보면, 비닐포장을 뜯다보면 비닐이 쌓이고... 그럼 개발도산국 입장에서는 쓰레기도 받는 거잖아요. 환경을 생각하면서 보내주는 방법이 뭐 있을까 하다가 다시 종이(크라프트지)로 일일이 포장을 하게 됐어요. 버려지는 것 하나까지 생각해서 계획해도 또 모르는 부분에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해서 프로젝트를 엎었던 적도 많아요."
- 힘들 때마다 활동가들을 지탱하게 만들어준 봉사활동 기억이 있나요?은지 : "지난해에 시민들이 봉사활동에 참여 할 수 있게 야외에 부스를 차려 나눔축제를 했어요. 그때 크레파스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는데 시민들이 참여했고, 그 과정에 '옮김'이 어떤 봉사를 하는 곳인지 알려드렸어요.
또 제 3세계 아이들에게 크레파스와 함께 보내질 메시지를 적는 이벤트도 했거든요. 근데 한 시민분이 그 쪽지에 '커서 여기 있는 봉사자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써주셨더라고요. 그날 정말 힘들었는데 그 글 보고 저희 다 뿌듯했어요. 또 이면지 공책을 받은 친구들이 감사편지를 보낸 적이 있어요. 청운 어린이복지단체에서 보내주셨는데. '우리가 보낸 걸 아이들이 잘 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옮김 활동가가 생각하는 봉사의 의미는 뭔가요?나리 : "봉사하는 과정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물건을 재가공 하고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봉사잖아요. 옮김의 봉사활동은 아픈 분들 도와드리거나 힘을 많이 들여서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크레파스를 녹이고 비누를 포장하는 소소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활동이에요. 많은 분들이 옮김 활동에 참여 하면 '이런 봉사활동은 처음이다', '재미있어서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해요. 저뿐만 아니라 활동에 참여한 친구들도 예전에는 어렵고 힘든 봉사만을 생각했었는데, 옮김 봉사활동은 그렇지 않아서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시간만 투자하면 재미있고 보람도 느끼니까 재미도 배가 되는 거 같아요.
은지 : "봉사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과정인 거 같아요. 예전에는 제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봉사했어요. 봉사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봉사를 한다'는 생각에 만족했어요. '이 정도 봉사 하면 됐지', '뭘 더 할 필요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활동을 하고 나서 진정한 봉사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전 사실 처음에 '크레파스를 받고도 시큰둥한 친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격이었어요. 크레파스를 주면 좋겠지 싶었는데 크레파스 받는다고 모두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남자친구한테 이 얘기를 했을 때 '크레파스를 필요로 하는 애들이 있기는 하냐'는 말도 들었어요.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어서 기부하면 잘 쓰일 물건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고, 줬을 때 잘 쓰는 애들이 있는 반면 이것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고 하니깐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고 생각도 많아 졌어요."
"2014년 자원봉사대상 받고, 매달 봉사활동 해요"- 앞으로 옮김의 목표는 뭔가요?나리 : "예전에는 봉사활동을 하려고 해도 여력이 안돼서 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을 제안 할 때만 했어요. 그렇게 조금 조금씩 쌓아오다가 지난해에 '옮김'이 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했어요. 상을 받고 나서는 인터뷰 요청도 늘었고 함께 봉사하고 싶다는 기업들의 제의도 많아졌어요. 전에는 1년에 많아봤자 4~5번 하던 봉사활동을 이제는 달마다 꼬박꼬박하고 있거든요. 매달 봉사활동을 하는 게 저희 목표이기도 하고요.
지난해에는 대외적 이미지랑 양적 봉사활동 측면에서 성장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질적으로 내부적으로 많이 컸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국제개발을 하고 자원순환에 일조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모든 활동가들이 자원순환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원순환 뿐만 아니라 국제개발이나 환경 등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하고 보이는 것만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게 저희 목표거든요.
예를 들어 저희는 국제개발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데 여기에 포함된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인권, 평화, 환경, 여성, 아동 등 저희가 이런 분야에서 봉사를 하는데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일처리 하는데 시행착오가 너무 많더라고요."
- 청년 봉사활동 단체로 개선하거나 나아가야 할 점이 있다면?나리 : "저희가 아무래도 젊은 단체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남다르고 추진력도 좀 있다고 봐요. 젊은 NGO단체가 가진 장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청년단체다 보니 활동가들이 활동하는 주기도 굉장히 짧아요. 그래선지 같이 봉사활동 하자고 제안하는 기업들이 꼭 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물어요. '옮김'은 비영리단체이다 보니 기업처럼 꾸준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활동가들이 활동하다가 개인사정이 있어서 나가기도 하고 나가게 되면 침체기가 오기도 하죠.
옮김의 최고 목표가 뭐냐고 물으면 옮김이 없어지는 것이에요. 저희가 더 이상 옮겨주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순환이 잘 돼, 저희가 할 일이 없게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될 때까지 저희 단체를 지속 가능성 있게 유지하는 게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닥칠 시행착오를 잘 겪는 게 옮김에게 주어진 몫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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