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4·29 재보궐 선거 무소속 출마(광주 서구을)를 결정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16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소중한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서게 됐다. '시민후보'라고 말하고 있는데, 출마의 변을 간단히 밝혀 달라."한 마디로 '이대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폭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야당은 수권 대안세력으로 비전을 상실했다. 무능하고 '계파 패거리 정치'만 횡횡하고 있다. 이걸 전면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광주나 호남으로 내려오면 더욱 심각하다. '일당독점' 기득권에 취해있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의 깃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됐다.
그러는 사이 정치는 시민 대중과 멀어졌다.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는 호남 정치인들은 중앙정치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다. (호남 출신의) 대권 주자 한 명 없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도 영향력이 거의 없다. 호남은 역사적으로도 소외됐고, 지금도 그렇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배제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이를 극복하고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호남의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변화시켜야 했다.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당의 외투를 벗었다. 당이라는 갑옷을 벗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아닌 시민후보로 서구 주민들에게 직접 신임을 얻고, 그 힘으로 호남 정치의 새 판을 짜 나가야 한다."
- 새정치연합을 "대안 세력으로서 비전을 상실한, 무능한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평가의 근거는 무엇인가?"야당이 그런 말을 들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당은 우왕좌왕했다. 또 정책과 비전을 만들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비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나? 나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60%가 정권교체를 바랐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기만적이었지만, 상대방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세우면서 변화의 노력을 보였다. 우리는 그런 쇄신이 없었다.
반값등록금을 말했지만, 등록금이 가장 많이 오른 건 우리가 집권했을 때다. 한미FTA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반대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억눌러가면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정책들이다.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태도를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야당이 되면서 그 정책의 과실과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겼다.
먼저 잘못된 정책에 사과해야 한다. 또 그 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최소한의 성찰을 하고 나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새누리당이 잘한 것도 없는데, 왜 국민들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지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계파 기득권 싸움을 벌이고 당원들은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서로 패권을 주고받는 각 계파끼리의 적대적인 공생관계 속에 당이 망가져 왔다."
- 지금도 당 안에서 혁신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지난해 재보궐 선거에 참패한 이후 7~8개월의 시간을 생각해보자. 두 번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있었다. '문희상 비대위'에는 실세들이 다 들어갔다. 그 뒤에 전당대회까지 당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였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끔찍하기까지 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4·29 재보궐 선거 경선 과정도 그렇다. 야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하다. 그런데 어떤 고민도 없이 경선을 치렀고, 각 지역위원장이 후보가 됐다.
수도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광주는 그래서는 안됐다. 민심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다. 광주는 경선이 곧 본선과 다름없다. 본선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뽑아야 할 국회의원을 사실상 당 지도부가 위임받아 뽑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선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고, 어떤 인물을 내세울 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고민 없이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후보를 뽑았다.
후보들 사이에 토론 한 번 없었다. 단순히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는 거다. 경선 토론을 한다고 했으면 지역방송들은 서로 중계하겠다고 나선다. 결국, 당 안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끼리 경쟁하고, 각자의 조직 활동을 통해 후보를 뽑은 것이다. 당의 경선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새로운 사람이 나가서 공정한 기회를 가질 방법을, 당은 가지고 있지 않다."
"나의 탈당은 미꾸라지 있는 곳에 메기 풀어 놓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