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종화는 2013년부터 연주자와 교육가뿐만 아니라 <달려라피아노> 예술감독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달려라피아노
'BitS'와의 인연어느 날 메일함을 정리하다 'BitS'를 발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진행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제안하게 됐어요. 'BitS'는 첼리스트 Dale Henderson(아래 Dale)이 만든 음악 프로젝트에요. 2010년 3월 21일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바흐 모음곡 연주에 기원하고 있죠. Dale은 보스턴에서 유학할 때부터 알던 친구에요.
제가 아는 그는 첼리스트로서의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음악이 사회에서 갖는 가치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좋은 음악가입니다. Dale은 'BitS'를 통해 지하철과 같은 공공 장소에서 바흐의 곡을 연주함으로써 클래식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이 시민에게 감동을 전해줄 것이라고 확신했죠.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단순히 그의 작품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모차르트부터 비틀스까지 후세의 음악가들 중에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바흐는 한마디로 원조 슈퍼 스타죠. 바흐의 생일에 열리는 이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띠고 있고요.
BitS는 해를 거듭하며 참여 도시와 뜻을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늘어 2014년 캐나다와 독일 등 4개국 12개 도시에서 2015년에는 39개국 129개 도시로 확대 진행돼요. 한국의 참여는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시민들이 클래식을 통해 교감하는 국제적인 행사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해요.
음악과 청중 사이를 잇는 음악 전령사
유학 시절 만났던 친구 중에는 클래식만 듣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하루는 클래식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친구들과 외모나 스타일로만 판단했을 때 클래식을 절대 들을 것 같지 않는 친구들을 제 연주회에 초대했거든요. 사실 저도 피아노 치는 사람처럼은 안 생겼지만요(웃음).
연주회장에 들어선 친구들을 보고 곁눈질하는 관객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연주회가 끝나고 저를 찾아온 아이들이 "들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고 좋다"며 다음 연주회 일정을 묻더군요.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연주자로서의 보람이란 결국 내 연주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는 데서 오는 거라는 걸 깨달은 게. 그 이후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의미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몇 년 전부터는 세계적인 서양 음악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딸과 함께 듣게 된 동요에서 힌트를 얻어 동요를 편곡한 앨범 작업과 함께 연계해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생각해보니 <엄마야 누나야>, <산토끼>, <고향의 봄> 등과 같은 동요는 아이들이 음악이나 가사를 몰라도 멜로디에서 편안함을 느끼더라고요. 그 멜로디가 처음부터 우리 유전자 속에 잠재돼 있던 것처럼 들을수록 평온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제 경우는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면서 느껴온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반영돼 있어 더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음악의 특별한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