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우랄리 고개에서 본 다울라기리고라빠니에서 타다빠니 가는 길의 3200 고지인 데우랄리에서 본 다울라기리
정부흥
성껄이가 타다빠니 롯지에 방이 5개 밖에 안 남았으니 지금 전화로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채근한다. 전자지도를 사용할 수 없는 나는 타다빠니까지코스의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성껄에게 위임하려고 했지만, 우리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방을 예약했다가 이행하지 못하면 2000루피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것이 이곳 가이드들 간에 통용되는 법이란다.
타다빠니 2km 못 미친 지점까지로 목표를 줄였다가, 날이 저물면 랜턴을 사용해서라도 롯지가 몰려있는 타다빠니까지 가겠다는 당초 계획을 고수할 생각으로 바꿨다. 성껄에게 타다빠니 롯지를 예약하라고 주문했다. '방이 5개 남았다'고 말 한 지 채 5분도안됐다. 성껄이가 한참 동안 전화로 실랑이하더니 포기하는 눈치다. 방이없다며 포터 사걸을 먼저 타다빠니로 보내야겠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롯지에 방이 없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인 줄 잘 몰랐다. 베테랑급 가이드인 성껄이가 알아서 하는 일 정도로 생각했다. 데우렐리를 지나서는 서서히 내려가는 길이다. 오늘 숙소로 정할까 했던 롯지에 도착해보니외지고 시설도 너무 낡았다. 이 곳에 숙소로 정하지 않기를 잘한 것 같았다. 고라빠니부터 같이 오던 팀들 모두 타다빠니까지 간다.
타다빠니까지 거리는 2 km이지만 깊은 계곡을 건너야 하는 길이다. 오전에 3200m 고지의 데우렐리 고개를 오르면서 힘들었지만, 오후엔 내리막길이라 기운을 차린 상태다. 계곡에서 올라서자 사걸이 마중 나와있다. 사걸의 얘기를 들은 성껄이 얼굴은 당혹스런 빛이 역력하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간다.
이제야 로지에 방을 예약하지 못한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성껄이는돼지우리 같은 곳으로 안내하며 가이드나 포터들의 숙소란다. 성껄과 사걸의 잠자리를 우리가 차지한 것같다. 침구는 새로 마련한 것 같았으나 습기가 많아 물이 흐를 것 같았고 견디기 힘든 악취 때문에 참으로곤욕스런 밤이었다.
자유여행 때는 모든 결정을 내가 판단하고 그 결과 역시 나의 몫이다. 매순간 처음 겪는 일이라 지식이나 정보가 무용지물이다. 번쩍이는 지혜만이 절실히 요구되는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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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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