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미디 빅리그> '오춘기' 화면 갈무리
tvN
가령 2015년 2월 22일 방송분에서는 짧은 바지를 입고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바늘을 찾고 있는 장도연의 엉덩이를 황제성이 노골적으로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는 장면이 방송된다. 또한 이은지(장도연 친구 역)가 달라붙는 상의를 입고 등장하자 이세영(또 다른 누나 역)의 가슴을 황제성이 노골적으로 응시하는가 하면, 이세영과 장도연의 가슴 크기를 비교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2015년 2월 15일 방송에서는 병원에 입원한 장도연의 병문안을 온 황제성이 호흡법을 가르쳐 주는 이은지(간호사 역))의 모습을 보고, 이때 부각되는 가슴에 놀라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간호사가 가슴 쪽으로 청진기를 대려 하자 장도연이 왜 등으로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간호사는 "장도연씨는 (앞, 뒤가 같아서) 그럴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작은 크기의 가슴을 웃음거리로 삼는다. 게다가 방송 후반부에는 장도연이 속옷을 탈의하고 엑스레이 촬영을 하러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모습을 구경하며 좋아하는 황제성의 모습까지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실생활에서 여성들이 성적 수치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오춘기'에는 이런 성추행, 성희롱적인 상황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이 그저 성인 남자의 행동을 여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포장하고 있다. 남성 출연자가 여성의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보거나 만질 때마다 아련한 느낌의 배경음악이 나온다.
만약 제작진이 이 코너의 웃음코드를 남성의 비정상적이고 황당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면, 남성이 여성의 몸을 노골적으로 바라볼 때 나오는 음악은 더 장난스럽거나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나오는 음악은 다소 끈적끈적하여 '남동생 친구'의 행동이 성추행이 아니라 단순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표현일 뿐이라고 변명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성적 호기심과 성희롱·성추행이 구분되지 않고 오히려 문제가 있는 상황을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시도만이 돋보여서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약자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풍자하길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노골적인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거나 성희롱을 미화하는 코너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조롱'('사망토론'/2014.12.14.)수준을 뛰어넘는 풍자 코너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구성은 tvN이 개국 초기에 <tv앤젤스>에서 '비키니 입은 여성들의 해변 댄스'를 통해 시청률 및 인지도 상승을 꾀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tvN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지상파보다 파격적인 소재 선택으로 과감한 시도를 한다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저 지상파보다 선정적이고 저급한 웃음을 줄 뿐이라는 점에서 아쉽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시청률만을 쫓을 때, 선정성과 저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날카로운 풍자를 부담스러워할 경우 소재와 구성의 편협함으로 귀결된다. 시청자의 반응에 유독 민감하여 수시로 코너가 바뀌는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자와 코미디언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시청자는 누군가를 때리고 조롱하며 주는 웃음이 아니라 보다 격조 높은 웃음을 주길, 약자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풍자하는 웃음을 주길 바란다는 점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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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미화'가 생존전략? 씁쓸한 <코미디빅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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