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잡이를 재현하는 울산고래축제울산고래축제에서는 고래잡이 재현이 주된 테마 가운데 하나다.
울산고래축제
이와 같은 일이 생긴 것은 울산고래축제가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고래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잡다하게 전시해 놓았지만, 거기에는 명확한 주제의식이 없다. 그저 '옛날에는 이 지역에 고래가 많았지', '울산 장생포가 예전에는 포경 전진기지였어. 돈도 잘 벌었고, 인구도 많았는데...' 라는 식의 옛날 기억이나 되새김질 하고 있을 뿐이다. '고래에 관한 모든 것들을 늘어놓은 채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고래축제는 지는 축제가 돼버린 것이다.
멕시코 앞바다 찾아오는 귀신고래들지금은 옛날과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나친 포획으로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했고,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다. '예전에 울산과 포항 앞바다에 그렇게 많았다던 대형 고래들이 왜 지금은 모두 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는가? 결국 고래도시 울산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고래를 잡아죽이던 도시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다.
매년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앞바다를 찾는 '귀신고래'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귀신고래들은 북극해에서 여름을 보내며 먹이활동을 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따뜻한 바다로 내래와 새끼를 낳는다. 이 태평양 귀신고래들을 보러 해마다 미국 서해안과 멕시코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그 관광객들은 고래고기를 먹거나, 고래쇼를 보거나 포경선에서 작살로 고래를 어떻게 잡는가 보러 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포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생명들이 바다에서 펼치는 장엄한 몸짓을 보러 오는 것이다.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희귀한 생명체들의 슬픈 연주곡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고 커다란 울림을 주는 것이다.
울산시도 이젠 불법 포경을 앞장서서 막겠다는 선언을 해보면 어떨까? 울산고래축제에서 과거의 적폐를 바로잡고, 잘못된 인습과 절연한다는 의미에서 고래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시민 약속 캠페인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고래 사체의 개인 판매를 허용하는 현행 '해양수산부 고래고시'를 개정해 고래 혼획을 줄이자는 운동에 울산 남구가 나서보면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