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퇴는 없다

지엽적인 문제로 반부패법 근본 취지 흐리지 말아야

등록 2015.03.12 16:58수정 2015.03.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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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풍(四風, 관료주의·형식주의·향락주의·사치풍조)'을 추방하자면서 강도 높은 반부패 개혁을 추진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영란법'을 언급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상하이 대표단과 만나 반부패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에서 상하이 인민검찰원장 천쉬가 "중국처럼 '인정(人情)사회'였던 한국이 법을 개정해 뇌물수수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한국에서 100만 원, 즉 5700위안만 받아도 형사처벌 받는다"며 공감을 표했다는 것. 그가 거론한 '100만원 형사처벌'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김영란법'을 뜻한다.

여기에서 '인정(人情)사회'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오는데 부패의 텃밭이 바로 그것인 까닭이다. 전혀 모르는 이에게 불쑥 뇌물이 건네지는 경우란 거의 없다고 본다. 위험부담 때문이다. 혈연·지연·학연 등의 사적인 인간관계 '끈'을 통해 뇌물이 전해지니, 안면몰수 못해 은밀한 거래가 받아들여지며 공범이 되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통과되자, 공직자의 사익추구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빠지고,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예외 대상으로 하는 등 이미 너덜너덜한 걸레 조각처럼 되었는데도 언론계와 교육계에서 종사자들의 사기 저하를 염려한다는 식의 반발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 곳곳이 그동안 얼마나 '인정(人情)사회'였던가 오히려 실감하게 만들었다.

'김영란법'에서는 '금품'을 금전과 유가증권 등의 재산적 이익은 물론, 음식과 술, 골프, 교통 및 숙박 등의 향응과 편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까지 이른다. 이런 '뒷거래'를 하면 사기가 진작된다는 것인지 국민들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다.

마침 '김영란법'이 통과되기 직전, 조중동·한겨레 등 언론인 50여명이 대기업 지원을 받아 스페인 MWC 취재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는데,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언론계에서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되는 것을 한목소리로 반대한 이유가 혹시 이런 봄날이 갈까 해서였던가 싶어 씁쓸했다.

물론 공직자들이 뒷거래에 의한 '부수입'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강력한 부패방지법 제정에 의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주는 처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그 좋은 선례다.


결국 투명한 사회가 된다는 것은 그런 은밀한 거래가 가능한 곳을 하나둘 없애는 것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그런 '인정(人情)'의 고리를 끊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김영란법이 '위헌소지가 있다', '언론자유를 침해한다', '과잉 입법이다',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는 등 논란이 있지만, 설사 법적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은 보완할지라도 큰 틀에선 법 취지를 온전히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 없이는 국가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는 이른바 글로벌스탠다드 시대,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한 반부패 싸움은 조금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결단코 멈추지 말아야할 것이다.
#김영란법 #반부패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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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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