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사에서 판매하는 전기자전거2년 전 화재로 타고 다니던 전기자전거가 소실되었는데, 올해 다시 구입하였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속도계와 배터리 잔량 표시 등 편리한 기능들이 적용되어 있다.
박인성
농부들은 20~30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고, 시장이나 은행, 보건소, 행정기관을 비롯한 생활편의시설들은 읍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제법 길다. 주 단위의 이동 상황을 기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매주 월요일은 음성군으로 가서 지역 활동을 한다. 가장 먼 거리로 왕복 45km다. 시장을 보거나 은행 업무, 행정일을 처리하기 위해 금왕읍에는 주 2회 정도 나가야 한다. 왕복 20km씩 40km다. 인근 마을인 삼성면으로 풍물패 활동을 위해 두 번을 가야 한다. 역시 왕복 20km씩 40km다. 보건소도 한 번 정도는 다녀온다. 왕복 5km다. 이렇게만 잡아도 130km다. 기자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많은 농부들이 도시에 비해서 결코 짧지 않은 거리를 매일같이 이동하고 있다.
농부들의 교통수단은 경차, 1톤 트럭, 오토바이가 있다. 전기자전거는 거의 없고, 연로하신 농부들이 주로 애용하던 경운기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농부들의 화물차에 면세유가 지급되면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1톤 트럭이다. 트럭이 없으면 시골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수품으로 대부분의 농부들이 가지고 있는 데다가 연료비 면세 혜택까지 받으니 트럭의 인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집 저 집 새 트럭을 구입해서 마을 회관에 모임이 있는 날이면 회관 마당이 반짝반짝 빛난다.
농부들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면 좋은 첫 번째 이유는 연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의 평균 이동거리를 주당 100km씩 잡고 연간 50주로 해서 계산하면 연간 5천km가 된다(연료비 연간 15만 원). 효율은 좋지만 위험성이 높아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오토바이의 연료비보다 연간 25만 원이 저렴하고, 1톤 트럭과 경차와 비교해 보면 각각 45만 원과 65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아래 표에 나오는 오토바이, 경차, 1톤 트럭의 연비는 기자의 이용 경험을 토대로 하였다).
구 분
|
전기자전거
|
오토바이
|
경 차
|
1톤 트 럭
|
연 비
|
|
20km/ℓ
|
10km/ℓ
|
10km/ℓ
|
연 료 비
|
15만원
|
40만원
|
80만원
|
60만원
|
평균 속도
|
20km/h
|
40km/h
|
60km/h
|
60km/h
|
위 험 성
|
약간 높다
|
매우 높다
|
거의 없다
|
거의 없다
|
운동 효과
|
매우 크다
|
거의 없다
|
없다
|
없다
|
주) 1. 전기자전거의 연료비는 배터리 구입비용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2년을 사용할 수 있으며, 구입비는 30만 원이다. 따라서 1년 연료비는 15만 원. 2. 오토바이와 경차의 연료는 휘발유로 ℓ당 1600원으로 계산하였다. 3. 트럭의 연료는 경유인데, 면세유가 일부 지원되는 것을 고려하여 ℓ당 1200원으로 계산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운동효과다. 요즘 농부들은 거의 운수 노동자가 되어 버렸다. 트랙터와 콤바인으로 대부분의 농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좁은 차량 안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한다. 농번기 때는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무려 12시간을 꼬박 일하는 부지런한 농부들도 있다. 답답한 운전석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하고, 몸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자전거는 5km를 달리면 가볍게 땀이 나는 정도여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부담없는 운동이다.
세 번째는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서 일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기자전거가 유용하다. 기자의 경우만 해도 10km 거리의 읍내까지 가는 데도 4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전기자전거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언덕길에서도 시속 15km/h는 유지할 수 있다. 일반 자전거를 타고 장이나 읍내를 가는 모습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대중교통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달해서다. 그렇지만 버스는 하루 4~5대가 고작이고, 택시비는 왕복 2만 원이 넘는다. 많은 불편이 따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