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범어사 대웅전 옆에서 본 비내리는 절 풍경.
정도길
희뿌연 물안개가 나뭇가지에 걸렸다. 나무에 걸린 안개구름은 물방울이 돼 땅 위로 떨어진다. 스쳐 지나가는 황량한 풍경은 봄을 재촉하고 있다. 물기를 촉촉이 품은 땅은 기나긴 겨울잠을 자는 만물을 깨울 것이다.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영남의 3대사찰'이라 불리는 부산 범어사로 가는, 지난 달 21일에 만난 풍경이다.
선찰대본산 범어사. '선찰대본산'은 '마음의 근원을 궁구하는 수행도량'이라는 뜻으로, 구한말 성월스님이 이 절 주지로 있을 때 이름 지었고, 당대의 최고 고승 경허스님을 범어사 조실로 초빙했다고 한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678년), 의상대사가 해동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건하였다. 화엄경의 이상향인 '맑고 청정하며 서로 돕고 이해하고 행복이 충만한 아름다운 삶'을 지상에 실현코자 건립된 사찰이다. 오래로는 원효대사로부터, 근세에는 만해 한용운 선사 등 고승들이 수행 정진하여 오면서, 한국의 명찰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녀오고 있다.
2012년 11월 총림으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 불교의 중심 '선찰대본산 금정총림'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