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역 기차 플랫폼 풍경
송주민
또 하나의 파리 그 순간 불현 듯 떠오른 장면, 지난 2011년 가을,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취재 차 온 런던에서 교포에게 들었던 이야기.
"인권법 때문에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등이 난해한 점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요."
그는 이민자 여성들이 시내에서 꽃을 파는 풍경을, "마구잡이로 꽃을 안기고 돈을 달라고도 한다"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개했다. 순간 떠오른 영화 <원스>의 여주인공이 "플라우어?"하며 꽃을 파는 이민자 여성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습에 많은 현지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나보다. <원스>의 감독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렸지만.
몽마르트르의 밤길을 오르며 이 얘기를 꺼내자, 유럽 곳곳에서 반이민자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이어졌다. 그 친구는 "나라도 싫을 거 같다"는 말을 한 것이다. 지금은 밤이라 적막한 분위기지만, 여기 몽마르트르는 파리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가장 악명 높은 관광지다.
지난해 이 언덕 초입에 위치한 슈퍼마켓에 들어갔을 때, 어깨에 멘 나의 DSLR 카메라를 본 점원은 "소매치기 위험하다, 가방에 넣는 게 좋을 걸? 조심하라 블랙맨, 블랙맨!"을 외쳤다. 아이러니한 건 그 역시 짙은 피부색을 지닌 이방인의 풍모를 하고 있었다는 것.
파리를, 프랑스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은, 스쳐지나가는 낯선 여행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 도시의 지저분하고 누추하고 위험한 모습들은 모두 이민자, 유색 인종들에게서 나타나는 것 같았다. 아니, 익숙하지 않은 낯선 시선으로 보기에, 더 민감하게 체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 이 도시는 한데 어우러져 조화로이 공존하지 못한 채,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고 다른 세상처럼 갈라져 있는 간극이 자리하고 있음이 묵직하게 감지됐다.
"저 분들이 하고 싶어서 구걸하고 노숙하고 소매치기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적인 구조가 존재하지 않을까 싶어요. 프랑스는 관용을 중시하는 나라라고 들었는데..."나는 여전히 프랑스의 똘레랑스를 동경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 경험한 것은 수박 겉 핥기 식의 지극히 표피적인 현상일 게다...' 나 역시도 '유색'이면서, 더 '유색'인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때마다 소지품부터 추스르는 자신을 발견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파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본 '똘레랑스'를 생각하고 있었다(그러고 며칠 후 '샤를리 테러'가 발생했다. 뉴스와 인터넷을 멀리 하고 여행을 다닌지라, 정작 현지에 있으면서도 나는 그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