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역에서의 방사능 츶정
김익중
믿기지 않는 방사능 수치핵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됐지만 좀처럼 후쿠시마를 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기회를 잡았다. 지난 8일 후쿠시마 공동 진료소가 중심이 되어 주최한 피폭 의료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초청받은 것이다.
후쿠시마 역에 도착하자마자 측정한 공간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0.18마이크로시버트.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치다. 진료소로 향하면서 논과 밭이 있는 곳에서 측정했더니 시간당 0.25 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온다.
아스팔트로 막힌 지역에서는 4년간 씻겨나가서 공간 방사능이 적었지만, 흙이 있는 지역은 제염(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했다고 하는데도 도심보다 50% 정도 증가했다. 내 측정기로 이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는 것은 공간 방사능량이 한국의 3배 정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사고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제염하지 않은 지역을 측정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참고로 후쿠시마 시는 사고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약 6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핵사고 이후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은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는 없으며, 소아 갑상샘암 발생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방사능 피폭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사된 36만 7686명의 18세 이하 어린이 중 갑상샘암 환자는 의심 환자 포함 117명(87명 확정)이다.
원래 소아 갑상샘암은 매우 드문 질병이며, 100만 명 중 1명 정도라고 관련 교과서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200배 이상 증가한 소아 갑상샘암 환자 발생률을 방사능 피폭 말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정부의 황당한 주장에 반대하고 민간 주도의 방사능 피폭 건강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그리고 왜곡된 피폭 의료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뜻있는 의사들과 시민이 모금에 동참해 2012년 12월 1일 문을 연 것이 바로 후쿠시마 공동 진료소다.
공립병원 부원장을 역임했던 내과의사 후세 사치히코 원장이 상근하고, 다른 의사 4명도 번갈아가면서 진료를 담당하는 소규모 병원이다. 갑상샘암과 유방암 등 방사선 노출 후 잘 발생하는 암을 진단하면서 피폭자인 주민의 다른 건강 영향도 살피고 있다. 이 진료소가 문을 연 지 2년 만에 피폭 영향에 관한 심포지엄을 연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관심 있는 의사들과 지역 주민 200명 이상이 참여한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었다. 발표자는 나를 포함한 4명의 의사들이었고, 발표 내용은 방사능 피폭의 건강 영향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특이하게도 발표 시간과 맞먹는 정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할애해 참가한 주민과 의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기에도 좋은 기회였다.
일본 정부의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