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삼관>허삼관의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피가 섞인 하소용? 11년간 키워 온 허삼관? 어떻게 본다면, 핏줄로 맺어진 가족관계에 대해 비아냥 거리는 영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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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께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 남자아이를 양자로 들이거나, 집안 형편상 '먹는 입(食口)' 하나 줄이려고 딸들도 종종 양녀로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꼭 아들이 없는 집안이 아니어도, 집안 형편이 좋지 않더라도 양쪽 부모들 간에 약속 혹은 진한 우애로 이루어진 관계일 경우에는 양자를 보내고 받았답니다.
1960년대나 1970년대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 이런 주제를 토대로 갈등을 끌어가는 내용이 나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요즘 드라마도 보면 대리모나 정자 기증의 형태로 부모 중 어느 한쪽의 핏줄이 아닌 아이를 가족으로 들이는 내용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죠.
달리 보면 이미 핏줄이 아니지만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예전부터 상당수 존재했다고 봐야 합니다. 대리모의 경우는 가끔 신문에 나오는 '신생아 매매'처럼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친구 부부는 입양을 하였습니다. 그 남자아이가 지금 5살입니다. 그리고 1년 전에 또 남자아이를 입양했죠. 그래서 지금은 두 아들의 아빠입니다. 워낙 남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고 넉살 좋은 부부라 친구들도 많고 인기도 좋았죠. 그런 부부가 두 아들을 입양하여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고 또 다른 부부도 입양을 결정했습니다. 지금 3개월 정도 된 남자 아이입니다. 그 부부도 저와 친한 부부입니다.
지난 설 연휴(2월 20일)에 입양을 했던 두 부부를 만났습니다. 키우다 보면 속상한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한 부부의 입양이 좋은 모델이 되고 다른 부부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동참하게 되는 모습을 보니 참 멋진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들을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멋진 부모를 만난 아이들을 보며 나름대로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실은 저희 가정도 입양 가족입니다. 저의 막내 여동생이 그렇습니다. 35년 전에 신생아를 입양했습니다. 그러나 입양된 지 10여 년 후,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며 우리 가족은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 다시 보육원으로 돌려보내는 마음 아픈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시는 생각하도 싫은 과거입니다.
얼마 전 그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나 임신했어. 3개월이래.""정말? 축하한다, 사랑한다 우리 막둥아. 이럴 때 엄마나 아빠가 계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지난해 30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한 우리 막둥이 여동생이 임신을 했습니다. 작은 댁, 큰 댁 할 것 없이 온 형제가 막둥이에게 축하를 해줬습니다. 이제 엄마와 아빠가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가졌습니다. 가족은 이렇게 탄생되나 봅니다.
요즘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입양과 파양에 대한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위에 입양을 했던 친구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수십 년 전 우리 가정으로 들어온 막둥이에 대한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상은 영화 <허삼관>을 보며 든 생각을 저희 가정과 제 주위 친구들의 삶을 보며 간략히 적어 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입양이란 어려운 결정을 한 두 명의 친구 부부와 우리 막둥이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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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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