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 피습' 김기종, 영장실질심사 출석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성호
사람의 사망에 임하여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그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망자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의 것이고, 우리의 고유한 정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남과 북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대치하여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김정일의 죽음에 대하여 조의의 표시로 분향소를 설치한 것만 가지고 이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이 조의의 표시를 국가보안법으로 단죄한다면, 당시 조문을 위하여 방북한 이희호 여사는 어떻게 되며,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한 내외의 단체, 인사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시 공안당국이 조문의사 표시나 분향소 설치 시도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적용을 검토하였다가 이를 거둬들인 이유도 이러한 난점을 공안당국도 인정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자 소지의 점. 김씨가 소지한 책자의 내용을 보아야만 이적성이 있는지를 알 수 있으나, 알려진 제목만으로는 이적표현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대법원 판례는 이적표현물 여부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북한에서 발간된 자료라고 하여, 이적단체로 판명난 범민련이 발간한 것이라고 하여 무작정 이적표현물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책자 몇 개 찾아내서 김씨가 종북이네 하는 것은 정말이지 황당하다. 지금 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유튜브만 들어가도 북한의 노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북한의 '구국전선' 같은 사이트에 우회접속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가. 수많은 책 중에 단지 몇 권에 불과한 책을 가지고 김씨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게 가당한가?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코미디'지금 김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수사는 단언컨대, 잘못되고 있다. 김씨가 받고 있는 의혹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하기 어렵다. 물론 개별적인 사안에서 법원이 유죄를 인정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 또한 지금의 광란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국가보안법 위반행위자들에 대하여는 공안당국이 2~3년간 추적관찰하는 흐름을 감안할 때, 김씨가 경찰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공안경찰의 감시망 안에 있지도 않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김씨가 그런 감시망 안에 있었다면 사건이 벌어진 날 아침 김씨는 아예 행사장 입장이 안 되었을 것이다. 이는 역으로 김씨가 그간 특별하게 국가보안법 위반이 문제 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공안당국은 어떤 범죄사실이 밝혀져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정상적인 수순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집념 아래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 이건 그냥 수사가 아니라 "표적" 수사다. 표적수사는 그 자체로도 잘못된 것이지만,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에도 위반되는 불법적인 수사다. 국가보안법 위반을 조사하는 수사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리퍼트 대사에 대한 김씨의 공격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니고 엄연히 법치국가를 자임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침에 따라 미리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단정짓고 '조중동' 종편의 나팔소리에 맞춰 대대적인 수사를 전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에 대한 모욕이다.
지금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검사는 물론, 이 사안에 턱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대표 그리고 지금 리퍼트 대사의 무사를 기원하면서 부채춤과 난타공연을 벌이며 통성기도를 올리시는 애국시민 여러분들에게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을 정독하시기를 권해드린다.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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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종씨 국보법 수사가 국보법을 위반하는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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