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비하' 강용석 전 의원, 1500만원 벌금형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8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유성호
강 의원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기사처럼 성적 비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 해 7월 21일과 8월 24일 두 차례, 기사 작성자 심아무개 기자를 허위 사실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혐의로 고소했다. <중앙> 측도 맞고소로 대응했다. 이전투구 속에 검찰은 그 해 9월 8일 심 기자가 아닌 강 의원만을 법정에 세운다. 모욕, 무고 등의 죄명으로 기소한 것이다.
재판 결과 술자리 발언은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1심(서울서부지법 제갈창 판사)은 강 의원이 심 기자를 형사 고소한 행위에 책임을 물었다. 허위 기사가 아닌데도 "형사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심 기자를 고소하였다"며 무고죄를 인정했다.
술자리 발언의 형사 처벌은 어떻게 될까. 발언 수위가 높다고 해서, 혹은 부도덕한 표현이라고 해서 모두 처벌 대상은 아니다. 법적인 문제가 되는 발언은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로 상징되는 여성 아나운서 모욕 부분이었다.
강 의원은 그런 말을 한 사실도 없고, 설사 했더라도 "직업군 일반에 대한 것으로서 막연하고 포괄적이며 일반적인 평균 판단에 지나지 않는 데다, 아나운서 개개인에 대한 모욕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집단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대상 될까 집단에 대한 비난, 즉 '집단 명예훼손', '집단 모욕'은 법조계에서도 논쟁거리다. 판례를 보면, 원칙은 집단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성립하지 않는다. 비난의 내용이 특정 개개인에 대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개인에게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시민'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은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없고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기 때문에 문제 삼기 어렵다.
다만 예외적으로 "비난의 내용이 해당 집단에 속한 특정 개개인에게까지 미쳐 그 개개인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까지 이른 경우라면" 명예 훼손이나 모욕이 인정된다. 예를 들어 '○○지구대 경찰들은 썩었다'고 말했다면 그 범위가 좁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자 아나운서'들에 대한 비난은 어떨까. 1심은 모욕이 성립한다는 쪽이었다. 법원은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발언이 가지는 무게, 발언을 접하는 일반인들에 대한 영향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점 ▲발언 내용이 마치 여자가 아나운서로서 일정한 지위에 올라가는 과정에 으레 그러한 일을 겪게 된다는 취지가 담겨 있는 점 ▲아나운서 집단의 규모가 작다고 할 수 없지만, 고소한 여성 아나운서 154명은 일반인들이 그 발언을 떠올리고 연상하게 될 소지가 충분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쌍방 항소로 사건을 맡게 된 2심(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 재판장 이인규)도 결론은 같았다. 강 의원의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들이 일정한 지위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성적 접대를 하거나, 이를 요구받게 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개인의 사회적 평가도 저하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1심과 2심은 무고와 모욕죄를 모두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발언 저속하나 개인의 사회적 평가 저하할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