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타기농장 직원이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커피와 차를 만들고 있다.
노시경
농장에서는 다양한 커피를 종류별로 따로 볶아서 넓고 평평한 바구니 여러 개에 구분해 두고 있었다. 커피는 원산지가 어딘가에 따라 맛이 다르고, 커피 원두를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그 향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갓 볶은 커피 원두에서 나는 향긋한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 농장 안에는 세계 각국의 이름난 커피와 차를 무료로 시음해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무료라고는 하지만 이 커피들이 맛있으니 마셔보고 자기네 농장 제품을 사 달라는 이야기다. 자리에 앉으니 온갖 커피와 차가 예쁜 유리컵에 담겨 하나씩 하나씩 나온다. 커피 농장이라 모두 커피를 시음하는 줄 알았는데 컵 아래 종이에 적힌 이름을 보니 몸에 좋다는 많은 차들이 포함돼 있다. 커피잔과 찻잔이 모두 7잔이나 되니 아내와 나눠마신다고 해도 다 마실 수는 없는 양이다. 나와 아내는 한 모금씩, 이 커피와 차가 무슨 맛인지 음미해 보았다.
첫 번째로 올라온 커피는 인삼향이 그윽한 인삼 커피(Ginseng Coffee)이다. 커피에 인삼 분말을 넣은 커핀데 특이하기는 하지만 나와 아내는 인삼 종주국에서 왔기 때문에 그 맛이 신기하지는 않다. 두 번째 순서로 올라온 차는 생강이 차에 브랜딩된 생강차(Ginger Tea). 우리나라에서 감기에 걸렸을 때 많이 마셔 봤던 차라 낯설지는 않다. 생강은 동남 아시아가 원산지인 작물이라 발리에서도 생강 문화가 많이 퍼져 있지만, 인삼 커피에 들어간 인삼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 아시아에서 도입한 문화일 것이다.
커피 이름이 발리 커피(Bali Coffee)인 커피가 그 다음으로 나왔다. 붉거나 노란 기운이 도는 차 옆에 발리 커피가 놓여 있어 커피의 색상이 유독 진하고 검게 보인다. 발리 친구 아롬의 설명에 따르면 발리 커피 가루는 물에 녹아서 없어지지 않고 물 아래에 가라앉는다고 한다. 진한 커피 가루가 목을 넘어가지 않게 하면서 마시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마셨다. 보이는 색상과 마찬가지로 커피 맛이 아주 진하고, 오래된 커피 문화를 즐기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 농장의 무료 시식 커피와 차는 지그재그로 섞여 나온다. 발리 커피 다음으로 나온 것은 레몬 그라스 티(Lemon Grass Tea). 이름에 레몬이 들어가지만 레몬이 들어간 차는 아니고 레몬 같은 상쾌한 향이 나는 허브로 만든 차다. 이름대로 차에서 상큼하고 시원한 허브 맛이 난다. 눈으로 찻잔을 보면서는 알 수 없었지만 입으로 맛을 보니 태국 등 동남 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많이 맛봤던 허브였다는 사실을 혀가 기억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로 나온 것은 발리에서 재배한 카카오 열매로 만든 발리 코코아(Bali Cocoa)이다. '코코아'와 '카카오'는 비슷한 이름 때문에 헷갈리기 쉬운데, 코코아는 카카오 콩을 볶아 깨뜨린 후 지방분을 짜낸 것이다. 그동안 내 기억으로 코코아는 아주 진하게 달다고 알고 있는데, 발리 코코아는 웬일인지 맛이 달지 않고 쓰다. 아마도 우리나라 커피 가게에서 코코아에 넣는 우유를 넣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라 로즈 티(La Rose Tea)는 이름대로 장미향이 솔솔 풍긴다. 그 향이 그윽하고 고혹한 향수 같은 느낌이다. 찌는 듯이 더운 발리 날씨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발리의 열대 우림 속이 아니라 영국의 어느 한적한 찻집에서 마시면 어울릴 만한 맛이다. 향이 너무 강해서 차 맛을 즐기기가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다.
마지막 무료 시음 커피로 나온 커피는 코코넛 커피(Coconut Coffee)이다. 커피에 코코넛 액을 블랜딩한 커피다. 시원한 코코넛과 뜨끈한 커피가 만나 달콤한 맛을 낸다. 달콤한 맛이 혀 전체에 감미롭게 퍼진다. 나는 이렇게 지금까지 나온 커피, 차를 모두 한 모금씩 다 마셔보았다. 7잔에 담긴 여러 맛을 한꺼번에 마셨더니 입이 조금 얼떨떨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