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관료개혁에 대해 이야기 중인 정대영 소장
박한창
"개천에서 용 되는 길이 고시를 통해 관료가 되는 것이어선 안 돼요. 용이 되는 길은 시민의 지지를 받아서 지방자치단체장이건 국회의원이건 지도자가 되거나,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성공해야죠. 관료 집단에서 용이 나오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죠. 혹은 예술 작품이나 학문적인 업적을 남기는 등 무언가를 이루면서 용이 되는 것이죠."정 소장은 우선 고시 제도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시 제도 자체가 조선시대의 과거 제도를 답습했기에 관료들의 선민 의식을 고무한다는 것. 또한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고시를 통해 관료를 뽑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밖에 없고, 그 외에는 모두 일반 기업처럼 필요에 따라 관료를 뽑는다는 점이 지적됐다.
고시 제도가 철폐되면 현대판 음서 제도가 생겨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5급 이상 공무원을 채용할 때 관련 분야에 충분한 경력이 있는 사람만 채용할 경우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급 이상을 채용할 경우 문화계에서 10여 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자만 뽑고, 추가로 적절한 시험을 도입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피아 철폐해야"관료 출신이 관피아로 내려가면서 관료와 공생 유착하는 관계로 엮여 있는 게 우리나라 공기업, 금융계거든요. 최소한 관료 출신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정 소장은 공기업, 금융계 등에 있는 관피아를 척결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그 대안으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공정한 필기 시험을 제시했다.
"고시를 폐지했으니 기관장 등의 취임을 위한 국가 시험을 만들어서 차라리 조직 관리나 인사관리, 상식, 전공 등을 보자는 거죠. 그러면 소위 말하는 명망가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군에서는 각 기업에서 뽑은 안전 관리 담당자를 이런 기준으로 뽑는데, 억대 연봉에 대우도 좋다보니 퇴직을 앞둔 군인들이 이 시험 공부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우습긴 하지만 더 나은 대안이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정치권이나 언론계의 마당발이나 학연, 지연으로 얽힌 사람들이 갈 겁니다. 우리나라가 성숙해져서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괜찮을 텐데 아직 거기까진 힘들고, 과도기적으로 시험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겁니다."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정책 역량 강화해야마지막으로는 정치권과 시민 단체의 정책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이 대동소이하다고 많은 국민이 느꼈던 것은 그만큼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정치권과 시민 단체가 스스로 정책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관료들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원론적인 이야기이나, 우선 정치 지도자들과 시민 단체들이 정책의 중요성을 알고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그들의 기존 인재 영입 방식을 바꿀 것을 강조했다.
"정치권 혹은 시민 단체들이 주로 명망가, 즉 교수나 민간에서 CEO를 지냈던 사람을 영입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훌륭한 말을 하고 훈수는 두지만 정책 역량은 거의 없어요. 정치권이나 시민 단체에서 이제는 그런 사람보다 실무 책임을 맡았던 사람들을 기업이나 공공기관이나 정부 등에서 영입하고 이런 사람들을 통해 정책 개발을 해야 하다고 봅니다. 특히 그런 사람들하고 젊은 사람들을 팀을 만들어서 공부를 시키고 정책 대안을 만들게 하는 거죠."이어진 질의응답에선 관료들의 문제가 과도한 책임을 대통령 혼자 지는 대통령 책임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선출직 정치인들이 직접 부처별로 책임을 지는 의원 내각제로의 개헌이나 지검장 직선제 등을 통해 직접 유권자들이 뽑는 공직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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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재벌 개혁보다 관료 개혁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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