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시즌4에 출연중인 송재림-김소은 커플.
MBC화면 갈무리
<우리 결혼했어요>로 보는 진정성 논란설정이 많은 예능과 현장의 리얼리티가 공존하기란 쉽지 않다. 가상결혼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진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출연자 중 한 명이 가상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연예인과 열애설이 난 것이다. 프로그램을 리얼상황으로 믿었다가 속았다는 사실을 안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주장하는 등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가상 부부인 출연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이다.
부부로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기 요구받지만 연애감정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가상결혼이라는 인위적 설정과 실제 감정의 리얼리티 사이에 간극이 벌어진다. 어색하고 작위적이고 강요된 재미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설정한 구도에 맞춰 출연자가 행동하는 것은 우결을 비롯한 기존 예능의 연출방식이었다.
반면 <삼시세끼>의 차승원-유해진 커플에 진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다. 커플의 캐릭터와 역할은 하루 세끼를 챙겨먹어야 한다는 설정 아래 출연진 스스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나영석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둘의 관계를 해석할 뿐이다.
<삼시세끼>와 달리 가족역할을 미리 설정한 KBS <용감한 가족>은 출연자끼리 갈등을 겪어야 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상황에서 설현이 계란을 깨뜨렸다. 설정된 역할에 몰입한 나머지 박명수(삼촌 역)가 설현(딸 역)의 머리를 밀쳤다.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박명수는 새 프로그램을 초반에 자리 잡게 하려고 설현을 훈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출연자들이 힘을 모아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박명수의 역할에 몰입된 과도한 훈계 장면이 오히려 불편했다. 이제 시청자는 <용감한 가족>보다는 <삼시세끼>를 편하게 받아들인다. 예전 예능은 캐릭터 강한 주인공만 잡으면 성공했지만 지금은 출연진의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해야 성공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