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창간호 당시 대표 정화수 시인(부산 기장 출신)
정일구
종소리 정화수한 번 치면오래 오래도록멀리 멀리에까지은은히 울리는 종소리 캄캄한 밤일수록한결 더 절절히 고하는 듯가슴 속에 스며드는신기한 울림그 어떤 이변도 알리고시간과 새해도 알리는 종소리인류가 처음 울린 것은수 천 년 전 경종이었다마귀를 쫓기 위한 경종
해가 가고 세월이 바뀌어새 세기 새 천년 대를 맞는송구영신의 분기점여기서 인류는그 어떤 종소리를 울려야 할 것인가문명과 야만이 교차한 20세기지구촌 이웃들을 가장 괴롭히고가장 귀중한 사람들을가장 많이 살육한 살인의 결정점(結晶點)20세기를 보내면서세상의 사악(邪惡)은 구세기에 실어 보내고억울하게 간 이들에게명복을 비는 종을 울리고 싶다마음속에 남은 이들에게찬양의 종도 울리고 싶다뭇 귀신 외세들 죄다 내쫓고남과 북, 해외가 함께 눈 뜨는 종화음을 이루며 얼싸안을세기의 종소리 울리고 싶다평등과 평화, 평안을 부르며희망을 안겨주는그런 종을우리는 울리고 싶다이후 <종소리>는 매 계절마다 한 번도 빠짐이 없이 그새 61번을 울렸다. 현재 시지 대표는 제주 출신의 오홍심 선생이 맡고 있다. 이번 61호에는 리방세, 김두권, 오홍심, 서정인, 김경숙, 손지원, 허옥녀, 김성철, 김애미, 리금순, 진승원, 장혜명, 박태진, 채덕호, 김정수, 김윤호, 정화흠 등 재일동포 시인뿐 아니라 국내 홍일선, 정용국, 이승철, 정한길 시인, 그리고 베이징의 김철 시인 등의 주옥같은 작품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 재일동포 김정수 시인의 '겨레말큰사전' 한 수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