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창비
며칠 전 귀성길에 오르기 전 남편과 나는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집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다.
남편은 세월호 집회와 서명전에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안산 분향소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남편의 고향은 전남 진도이다. 시댁에 가기 전 안산에서 조문을 하고 명절 중엔 진도 팽목항에 들러 나름 세월호 사건을 되새겨보자는 계획이었다.
주차장에서 분향소로 향하는 길은 두어 달 전 어느 날처럼 썰렁했다.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사진 앞에 다가섰다. 영정사진 앞에 엽서와 함께 커다란 꽃다발이 놓인 곳에서 발길이 멈췄다. 그날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엄마가 놓아둔 것이었다.
지난 번 왔을 때에도 바로 그날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엄마가 써놓은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렸었다. 그런데 이날도 그랬다. 신기하다는 생각은 잠시, 곧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놓인 영정은 304개, 그리고 일 년은 365일이다. 언제 분향소를 찾든, 생일을 맞은 이를 맞닥뜨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높다는 이야기이다. 아이의 생일날, 남은 가족들의 가슴은 다른 날보다 더 미어지게 아플 것이다. 안산분향소는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있는 곳이다.
이 희생자 304명 중 단원고 학생 열 세 명의 부모들의 이야기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 안에 담겨 있다. 나는 그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는 것도, 단식을 하는 것도, 다 자식 잃은 부모이니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책에서 만난 그들의 사정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짓누르는 무기력과 깊은 우울, 슬픔, 억울함에 숨 쉬기조차 버겁고, 믿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 그저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거리에 나서게 하는 일은, 사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막연하게 '아이를 낳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도 '조심히 다니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고 있다. 아마도 세월호 사건 이후부터인 것 같다. 이 책 <금요일엔..>에선 이런 감정 역시 트라우마라고 한다. 세월호 사건은 내게도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부모들이 울 땐 어김없이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고 그들이 분노하며 소리칠 땐 내 가슴도 덩달아 쿵쾅댔다. 내 안의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날, 그 날은 언제일까?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내가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창비, 201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