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 1배 나선 '승현 아빠' 이호진씨황사가 잔뜩 낀 23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이아름씨가 진도 팽목항 부둣가에 섰다. 참사 314일째 되는 이날, 부녀는 승현군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3보 1배'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8월 고 김웅기(단원고)군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약 800km 도보순례(안산~진도~대전)를 했던 부녀는 이날 세월호 모형을 이끌고 3보 1배의 첫 발을 내딛었다. 종착지인 광화문 도착일은 6월 중으로 잡았다.
소중한
부녀는 하루 목표를 '5km 전진'으로 잡았다. 하지만 첫날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팽목항을 출발한 지 약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팽목마을을 벗어났고, 5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나아간 거리는 2km 정도였다.
50분 3보 1배 후 20분 쉬기를 반복했는데, 50분 동안 채 300m를 못 간 경우도 있었다. 부녀는 번갈아가며 3보 1배를 이어갔지만, 때로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새로 산 무릎 보호대는 이내 해졌다. 이호진씨의 걸음걸이가 다소 불안해지자 앞에서 모형 세월호를 끌던 딸 이아름씨는 "힘들면 내가 (3보 1배) 할게"라며 아빠를 말리기도 했다.
이날 3보 1배를 한 부녀의 몸엔 '별이 되며 남긴 말, 반면교사'라고 적힌 몸자보가 걸려 있었다. 3보 1배 행렬 맨 뒤의 검은 깃발에도 '반면교사'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를 두고 이호진씨는 "국민 여러분을 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반면교사는 남의 불행이나 상처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와 아픔을 통해 국민들은 교훈을 얻어야 하고, 다시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참사가 반복돼선 안 됩니다. 그래서 진상 규명이 중요하고, 온전한 선체 인양이 중요한 겁니다."부녀는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비관적인 답을 내놨다.
이호진씨는 "실종자 9명 수습하고, 진상 밝히고, 책임자 처벌하고, 법질서 올바르게 확립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우리가 3보 1배로) 광화문까지 간다고 해서 그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쌓인 한을 조금이라도 길에 내려놓고 싶다"고 한탄했다.
이아름씨는 "정부에 바라는 게 있나"라고 묻자,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될 거 같다"고 싸늘하게 답했다. "별로 기대하는 게 없는 건가"라고 다시 물으니, 그는 "그렇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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