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인과의 인연을 모르고 지나 친 곳은 세월호 도보 순례단이 잠시 휴식을 취하던 진도 염장리 공터였습니다.
임현철
지난 14일, 진도 팽목항을 둘러보고 나오던 중이었습니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손을 들어 태워주길 간청했습니다. 차를 세워서 태웠습니다. 그들도 저희 부부처럼 세월호 도보순례단에 합류해 팽목항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나오던 중이라 여겼기에.
- 어디까지 가세요?"감사합니다. 차 주차한 곳까지만 가면 되는데…. 가다가 주차한 곳 가까운 데서 내릴게요."
- 이렇게 인연이 닿았네요. 차는 어디에 주차하셨어요?"진도는 초행이라 어디에 주차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핸드폰 내비를 켰으니 가다가 주차했던 근처에서 내릴게요."
- 차 있는 곳까지 모셔 드릴게요. 어디서 세월호 도보순례에 오신 거예요?"예. 수원에서 왔습니다. 저희 집에서 안산 분향소까지는 약 30분 거리인데도 한 번을 못 갔어요. 그런데 이번 도보순례는 어떻게든 오고 싶더라고요. 수원서 오늘 새벽 출발해 아침에 도보순례단과 합류했어요. 합류 지점에 차를 세웠고요. 가시는데 까지만 태워주시면 나머진 걸어서 갈게요."
- 걷기에 거리가 장난 아닌데. 걱정 마세요. 주차한 곳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 저희가 세월호 도보순례단 합류 차인 줄 어떻게 아셨어요?"걸어가다가 택시 만나면 타자하고 무작정 걷던 중이었습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다 같은 마음일 거라 믿으며, 지나가는 차라도 얻어 탈까 했어요. 세월호 현장인 진도에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다 같은 마음 아니겠어요."
- 젊으신데, 두 분은 부부세요?"아직 아닙니다. 30대 중반으로 올해 결혼 예정입니다."
- 진도까지 같이 오신 걸로 봐선 결혼하시겠는데요?"그런가요. 고맙습니다. 갑자기 의기투합해서 새벽에 같이 오게 되었어요. 저녁에 일이 있어 급하게 올라가는 거구요. 차 저기 있습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 저 차에요? 아침에 우리가 주차했던 곳인데. 우리 뒤에 주차했던 차군요? 두 분 결혼 꼭 하세요!"정말요. 아~, 저희 앞에 서 있던 그 차였어요? 인연이네요. 하하하~.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
젊은 연인과의 만남은 약 10분이었습니다. 이런 걸 인연이라 해야 하나? 하여튼, 인연이지요. 이렇듯 우리가 흔히 쓰는 <인연>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연, 우연, 악연, 반연 등입니다. 이에 대한 덕해 스님(제주도 우도 금강사)의 설명이 재밌습니다.
인연 속, 잘못된 만남 '악연'과 좋은 만남 '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