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지간지 동물상극락보전 처마 밑에 조각된 12지간지 동물상.
정도길
절 터 빈 공간에는 눈에 띄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고개를 치켜들고 바다를 향하여 헤엄쳐 나가는 모습을 한 돌거북이다. 금오산에 자리한 향일암은 한때, '영구암'이라 불렀으며, 영구암의 '구'자는 '거북이', 금오산의 '오'자는 '자라'를 뜻하는 한자어다. 그래서일까, 그리 넓지 않은 절터 곳곳에는 수많은 거북이가 바다를 향해 엎드려 있다. 마치 108배를 하는 불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통도사를 시작으로 한 <108산사여행>의 목적은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한 참선여행'이다. 천수경 독송과 108배 그리고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여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극락보전에서 3배를 올리고 108배를 하러 관음전으로 향했다. 극락보전에서 관음전까지는 불과 50여 미터. 그런데 관음전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큰 바위가 서로 맞대어 있고 그 사이에는 길이 7~8m의 작고 좁은 굴이 있다. 이 굴을 지난다는 것은 중생의 어리석음에서 부처의 깨달음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