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I '성채' 알루미늄 블라인드, 알루미늄천장구조물, 분체도장, 강선, 무빙라이트, 향분사기(모닥불, 산안개, 침향나무, 우림, 삼나무, 바다, 베인 풀, 탐부티나무향 가변크기 2011
김형순
양혜규 작가 하면 먼저 떠오른 게 '블라인드' 연작이다. 처음엔 작가가 벽을 싫어해 기능성으로 활용하려다 나중엔 그 자체가 예술품이 된다. 그 중 대표적 작품은 '성채'(2011)인데 이번에 리움 전에서 그 실물을 볼 수 있게 되어 반갑다.
186개의 블라인드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정방형에 가까운 성곽과 수직으로 뻗은 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움 2층 200평 중 100평을 차지한다. 작가 말처럼 리움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다 품기에 비좁아 보인다. 전시장 위에 설치된 6대의 움직이는 '라이트'와 블라인드, 빛의 조합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작품은 정말 시각만 아니라 공감각적인 오감도 일깨운다. 관객이 지나가면 곳곳에 장착된 분향기에서 커피나 나무의 향을 내뿜으며 코를 자극한다. 관객이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그 소리에 따라 조명의 색상도 변한다. 몸에서 뭣 모를 진동도 온다. 귀로는 마치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 같다. 백남준의 '참여TV'와 같은 발상이다.
블라인드는 배타성과 흡수성이 동시에 작용한다. 그러니까 경계가 있으면서 또한 경계가 없다. 여기 블라인드 '성채'는 그런 점을 노린 것으로 실제의 성채와 다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양혜규의 특징인 '양가성과 대조성'을 잘 대변한다.
이런 작가의 특징을 리움미술관 태현선 수석큐레이터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명료하면서 모호하고, 이성적인가 하면 감성적이고, 도회적인가 하면 민속적이다. 지적이면서 지극히 노동집약적이고, 산업화된 모습이면서 수공예적이다. 이렇듯 종잡기 어려울 만큼 종횡무진 하는 이중성 혹은 양가적인 특성은 갖추고 있으면서도 교묘하게 작품 속에 녹아있고 은유적이면서 수사적이다." 리움 전 야심작, 신 블라인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