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예전, 나는 기차를 타고 달렸다, 녹슨 철길을 타고.
해운대를 지나 송정과 일광으로 기차는 달렸다.
아침나절이었던가,
기차가 해운대역을 지나 송정으로 갈 때
나는 환희라는 것을 실감했다.
유리창을 통해 와장창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
그 햇살 사이로 보이는 눈부신 은린의 바다.
푸른 소나무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솔잎들.
그 가벼운 떨림, 떨림들...
이젠 하나의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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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슨 철길의 노스탤지어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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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기차는 영원 속으로 ⓒ 김대갑
마지막 기차를 찍던 날도 햇살이 눈부셨다.
기차는 순식간에 내 망막세포에 맺히더니
영원의 공간 속으로 멀어져갔다.
남은 것은 그저 텅빈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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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려하게 철길은 뻗어가고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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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그라미 속의 기찻길 ⓒ 김대갑
초겨울의 어느날,
동해남부선이 처녀의 허리처럼 길게 드리우던 날.
나는 다시 철길을 걸어갔다.
기찻길 위에서 만난 장승은 웃으면서 말하더군.
길은 하나로 합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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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과 기찻길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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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만나야 한다. ⓒ 김대갑
걸었지. 걷고 또 걸었지.
기찻길이 하나로 합쳐져 있더군.
언젠가는 이 길을 통해
반도의 허리와 두만강을 건너
만주벌판 흑룡강성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같더군.
꿈이 아니라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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