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나포삼거리에서 길을 건너니 너른 평야가 펼쳐진다.
유혜준
느긋하게 점심을 먹느라 오후 2시가 훌쩍 넘어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걸으면 되리라, 이런 생각을 했다. 나포삼거리에서 출발했다. 이날도 고양힐링누리길을 담당하는 김운용 고양시 녹지과장, 안보선 팀장, 정창식, 최한범 주무관과 함께 걸었다.
군산구불길 2코스 햇빛길은 총 길이가 15.6km이며, 소요 예상시간은 295분. 5시간 정도 걸린다는 건데, 예상시간일 뿐이다. 걷는 사람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길은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야 좋은 길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러니 이런저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걷자.
도라지가 유명하다는 군둔마을까지 가는 길, 옆은 너른 평야가 이어지고 있었다. 추수는 작년 가을에 일찌감치 끝났을 터이고, 지금은 텅 비었다.
군산, 하면 일제강점기에 군산항을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쌀이 일본으로 실려 나간 수탈의 현장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는 소설이 채만식의 <탁류>가 아닌가. 그래서 군산에는 채만식문학관이 있고, 채만식 생가터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