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명초등학교 2학년 1반 학생이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손수 만든 케익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장순화(43)씨의 아이는 새 학기에 6학년생이 된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부명초는 동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학교였다. "유치원 쪽에선 졸업반 엄마들에게 인근의 ㄱ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위장전입을 알아봐준다고 했다"면서 "공부를 많이 시키는 ㄱ초등학교에 보내면 결국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라고 말했다.
장씨는 위장전입을 하지 않고, 2010년 아이를 부명초에 보냈다. 하지만 장씨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30년 전 제가 학교 다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양동준 교사는 "학교가 작고 시설이 낙후돼 교사들도 오기 싫어하는 학교였다, 학교에 대한 애정없이 '시간을 때우자'는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미경 전 부명초 학교운영위원장은 "대안학교에 보낼지 고민하던 차에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를 바꿔보라'는 안순억 전 남한산초 교사의 말을 접하고 학교를 바꿔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집에 모여 책을 읽고 공부했다. 학부모들은 부천시의회, 부천교육지원청 등을 무작정 찾아가 "남한산초와 같은 좋은 학교로 만들어 달라"라고 호소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게 구구절절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해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교사들을 만났다. 양동준 교사는 "저희가 생각하는 학교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학교가 잘 맞았다"라고 전했다. 학부모와 뜻을 함께하는 교사 5명은 2011년 부명초로 왔다. 당시 기존 교장과 교사들은 이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이들은 다른 교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든 일을 도맡아했다.
그해 9월 신현철 교장이 부임하면서, 학교의 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현철 교장은 작은 것 하나를 결정할 때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교사들과 회의했다. 또한 학생들 사진을 보면서 이름을 외웠다. 신 교장은 "매일 아침맞이를 하면서 학생들과의 거리감이 없어졌다"면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인데도 복도를 걷고 있는 저를 보고 뛰어나온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먼저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일부 학부모만 강제로 참여하는 녹색어머니회와 같은 학부모 단체를 없앴다. 대신, 학부모들끼리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나 반·학년 모임을 지원했다. 학부모 원혜선(45)씨는 "다른 학교 학부모들은 학원을 중심으로 공부 얘기를 하지만, 이곳 학부모들은 학교와 아이들 얘기를 한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등수를 매기는 지필고사 형식의 시험을 비롯해, 경쟁과 차별을 부추기는 활동을 없앴다. 대신 학생의 자기평가와 교사들의 조언을 통지서에 담았다. 학부모회장 강진영(35)씨는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는 학부모들이 있다"면서 "시험이 있으면 내 자식의 등수가 낮을까봐 불안하지만, 없으면 오히려 불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칠판에 놓인 책들... 기자 온다고 연출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