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달팽이 그림 담양 창평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그림. 마을사람들은 달팽이처럼 살아왔고 이를 보는 사람들은 달팽이처럼 살라는 의미다
김정봉
느리게 산다는 것
흔히들 '느림의 미학(美學)'이라는 말을 한다. 느림은 단순히 '느리게 사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얘기다. 자연의 문제, 도덕의 문제, 마음의 문제, 결국 선(善)의 문제와 연결된다. 자연을 훼손하고 치열하게 경쟁하여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느림과 대립되는 것이다.
느림을 추구하는 삶은 지나치게 자기 것만 추구하는 사물화의 심리보다는 마을사람들과 '착한' 가치를 공유하고 남과 나의 접점을 넓혀가는 공동체 의식이 요구된다. 이는 누가 가르쳐서 될 일을 아니고 대대손손 내려오는 '착한' 가치가 몸에 배어 옛날에 살아온 대로 앞으로도 살아가면 된다.
느리게 사는 것은 게으르게 사는 것과 다르다. 음식이나 농사라는 것은 때가 있어 때를 맞추지 않으면 음식은 맛이 없고 농사는 망한다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살아왔다. 할 일을 느리게 할 뿐 게을리하지 않았다. 삼지내 마을사람들도 이렇게 살아왔다. 느리지만 부지런 떨며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