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부스 서점 외부1982년 리처드 부스가 문을 연 서점 외부.
헤이온와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서점.
추미전
괴짜 청년 리차드 부스가 전 세계를 돌며 100만 권의 책을 사 모으고, 희귀본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산골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리처드 부스를 곱지 않은 눈길로 보던 동네 사람들도 하나둘 서점을 열기 시작했다. 마을의 창고가, 낡은 극장이, 오래된 소방서가 다 헌책방으로 바뀌어 갔다.
1977년 리차드 부스는 또 한 번 기발한 생각을 한다. 이 마을을 '헤이온 와이 왕국'이라 선포하고 자신을 자칭 '헌책방 왕국 헤이온 와이의 왕'이라 칭하며 실제 왕 옷을 입고 즉위식까지 거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 마을에서 통용되는 여권을 만들고, 화폐도 발행했다. 이런 요소들이 알려지며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록 일흔 살이 넘은 노인이 되어 겨울이면 추운 헤이온 와이를 떠나 있지만, 그가 남긴 왕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모색하며 번창하고, 발전하고 있다. 헤이온 와이에서는 일 년에 한 번 5월이면 '헤이 페스티벌'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열흘 동안 열리는 이 축제에는 전 세계에서 수십만의 책 마니아들이 모인다. 이들은 헌책방 왕국을 찾아온 유명 저자들과 만나고, 책을 좋아하는 새로운 친구들과 밤을 지새며 토론하고, 헌책의 진한 향기에 취한다.
헌책의 향기, 기억하나요?물론 헤이온 와이 역시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점 중 일부가 문을 닫았고, 헌책의 판매가 줄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헌책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남아 이 마을을 지키고, 헌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 마을을 찾는다.
지금 마을에서 세 곳의 서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데렉은 이 마을 출신의 서점 주인이다. 그는 청년 시절, 리차드 부스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함께 일했다. 당시 리차드 부스는 1년 내내 전 세계를 돌며 헌 책을 사들였고, 데렉은 그 책을 정리하고 서점에서 판매하는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