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균 전국 언론노동조합 신임 위원장
이영광
- 공약이 7개인데, 물론 다 지키고 싶겠지만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공약 첫 번째인 부당해고자와 부당징계자 원상회복입니다.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언론인에게 이는 모욕의 극치거든요. 그런 일이 일어나는 언론사에서 언론자유는 건전하게 유지되거나 성장할 수 없어요. 첫 번째 공약을 지킨다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는 이미 회복의 첫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 생각하시는 복안이 있으세요?"쉽지는 않겠죠. 해고, 징계, 터무니없는 인사이동 남발을 보면, 사측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그러면 법원으로 가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보자. 아마 니가 이길지 몰라. 그러나 우린 해고할 거야'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건 강자들의 횡포예요.
그 사람들은 돈으로 변호사를 사고 고소장을 낸 이후 가만히 지켜보면 되지만 노동자들은 모든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가면서 방어해도 몇 년 걸려요.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야 할 젊은 기자와 PD들이 꽃다운 청춘을 잃어버리는 거죠.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겁니다.
주장만 하는 건 아니에요. 국민들은 이런 일이 대한민국 언론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어요. 말도 안 되는 해고, 징계, 전보에 대해 법원은 제동을 걸고 있어요. 그것이 민주주의의 법치이고 정당하다는 걸 언론인들과 국민들이 잘 알아요. 언론인들이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한다면, 국민들이 지지해 주고 우리에게 명분이 있는 싸움에서 패배할 리 없습니다."
- 정권의 방송장악이 8년차에 접어들면서 체제에 순응하는 언론인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밖에서 볼 때 그렇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전쟁에서 전투할 때 지휘관이 적과 어떻게 싸울지 전술을 선택하잖아요. 우리가 적에게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면 선택의 폭이 많지만 그 반대라면 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지금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발언해야 할 때 발언하지 않는다면, 이제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그 사람들이 전부는 아닙니다. 다수는 괴로워하면서 견디고 있어요. 우리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있지만 이 상황이 좋거나 반가워서 그러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전술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침묵하는 사람들에 대해 매정하게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일제에 침묵하며 어린이들을 교육하던 사람을 '나라가 없어진 마당에 무슨 교육이냐, 총칼 들고 싸워야지'라고 비판할 수 있을 겁니다. 나라 구하기 위해 총칼 들고 목숨 바친 분들, 당연히 존중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육으로 사람을 기르자는 사람도 마냥 비겁하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는 거죠."
- MBC 출신이시잖아요. 지난달 권성민 PD가 해고되었고, 본부노조는 위원장 후보자가 없어서 위원장 선거를 한 차례 연기한 바도 있는데. 현재 MBC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안타깝죠. MBC만의 문제는 아니고 많은 언론사의 노조가 겪고 있는 문제예요. 그러나 MBC 경우엔 다른 언론사들이 겪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죠. 해고자도 많고 회사의 대응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MBC 노조는 위원장 후보자를 찾는 데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죠. 안타까운 상황인 건 맞지만 그 자체로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MBC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되었고 어떻게 보면 MBC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인물이 후보로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 KBS 수신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문제가 간단하지 않아요. 아주 원론적인 의미에서 다른 고려를 빼고 수신료가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죠. 올리고 말고의 문제보다는 올릴 땐 명분이 있어야 하고 명분을 확보해야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사가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고 있는가, 의문스럽습니다. 공영방송사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입니다."
"이완구 후보 '협박', 놀라운 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을 협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었는데."놀라운 일이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총리 후보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했을지, 길거리에 다니는 누구도 그런 말을 상상하기 힘들 거예요. 정말 큰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완구 후보가)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말도 인용했는데 진정성 있게 안 느껴져요.
이건 이완구라는 분의 개인적인 언론관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언론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몹시 걱정되고 안타까워요. 여야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언론은 더 암담할 거고 민주주의는 더 추락할 겁니다."
- 이 후보자 발언 중에 김영란 법에 대한 내용이 있잖아요. 김영란 법에 기자들을 포함시키는 것에 언론노조는 찬성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러나 이 후보자의 발언에서 보듯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악용된다는 것은 법의 조문이 완벽하지 못해서 때문은 아니에요. 악용하려고 마음먹으면 악용하는 거죠. 법의 취지를 살려서 집행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봐요. 언론인도 김영란 법을 적용받아야 한다면 적용받는 게 맞죠."
- 어느덧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었는데, 2년 동안의 언론정책 어떻게 평가하세요?"언론정책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박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어서 거기서 알아서 할 거다.' 이렇게 말했죠. 원론적으로 옳은 말처럼 들려요. 그런데 어찌됐든 정부여당에서 인사들을 추천하고 그 사람들이 이사회의 다수를 이루고 그 사람들이 뽑은 사장이 인사권을 전횡하고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따져서 뉴스 아이템을 정하고 할 때 '우리는 추천만 했을 뿐이지 그분들이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게 책임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세월호 때 KBS에서 세월호를 어떻게 보도하라는 보도지침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전달되었다는 증언이 있었잖아요. 언론을 조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가권력은 자기를 홍보할 수단은 물론, 비판적인 여론을 억압할 수단과 그것을 실행할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정부 스스로 제어해야 민주주의예요. 지금은 일방적으로 친정부적인 보도를 하면 팔짱끼고 있는 거죠. 그렇게 하는 것이 언론을 자유롭게 놔두는 것인가,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정직하고 책임있는 건지 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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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순응하는 언론인? 다수는 괴로워하며 견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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