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사 입구에서 제철유적지까지
변종만
무등산(無等山)의 한자 이름은 견줄 만한 상대가 없어 등급을 매기지 못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무등산의 무등은 완전한 평등을 뜻한다. 무등산은 민주주의의 성지인 광주 사람들의 자존심이다. 광주 사람들의 무등산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해서일까.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3년 국립공원 제21호로 지정된 무등산국립공원의 2014년 탐방객이 북한산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이어 세 번째다. 수치로만 보면 무등산국립공원의 탐방객이 설악산 국립공원보다 20여만 명이나 많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아침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해 회원들을 태운 후 광주로 향한다. 해가 길어져 일찍 날이 밝은데 명절 전이라 빈자리가 많다. 행복산악회는 오가는 길에 입이 즐거워 눈 붙일 새가 없다. 운영진에서 가래떡, 호두과자, 감말랭이는 물론 커피까지 타서 자리로 배달한다.
호남고속도로 벌곡 휴게소와 백양사 휴게소에서 정차했던 관광버스가 어느새 무등산 가까이 왔다. 달콤 회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석진 산행대장님이 무등산 산행 안내와 다음 산행 일정을 소개한다. 시내를 벗어나 한참동안 언덕의 굽잇길을 달린 후 10시 25분경 원효사 일주문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 내린 후 짐을 꾸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10시 35분부터 무등산 옛길 구간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무등산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을 갈아입으며 항상 같은자리에서 등산객을 맞이한다. 원효사 입구 주차장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가면 길옆에 무등산 옛길 표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돌계단을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주변의 자연환경이 옆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편한 산행을 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제철유적지(광주시기념물 제21호)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철이 생산됐던 곳으로 기록되어 있다. 원효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무등산 의병길은 의병활동 당시 선조들이 다녔던 대로 자연지형에 맞게 문화탐방코스로 복원한 옛길이다. 숨소리를 죽이고 마음으로 걸으며 오감을 열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무아지경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