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에서 배달은 필수 직종이다. 여러 소매점에 제품을 납품한다.
성낙희
우리는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고립된 섬과 같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청문회 뉴스는 이곳에서 전혀 이슈가 안 된다. 정치인들이 멀끔한 옷차림으로 단상에서 내뱉는 발언은 우리에게 너무 낯설다. 방송과 신문, 인터넷의 정치 뉴스 역시 여기에서 너무 먼, 다른 언어이다. 소시민의 정치적 의식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나는 꼼수다>도 이곳까지 힘을 미치진 못했다.
정치인들이 자주 시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입방아에 오르지만, 이곳에는 미치지 못한다. 근자에 한번 분노케 한 일이 있었는데, 담뱃값 인상이다. 그러나 담뱃값을 올린 주체가 새누리당 정권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정치인들이 한 일이라고만 대강 알고 있다.
배달 직원들 여러 명이 담배를 끊었다. 전자담배로 바꾼 사람도 있다. 담뱃값을 감당하기에 너무 많이 올랐고, 다른 세금과 물가도 올랐다. 우리는 한 달에 130~15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150만 원이면 많이 받는 편인데, 그들의 일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그런 배달 직원은 자주 바뀐다.
길을 걸으며 일한다는 점에서 좋은 것도 있다. 건강에 좋고, 답답하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겨울날 칼바람에는 얼굴이 따갑다. 지난 주말에는 화장실 변기가 얼어붙어서 이동식 라디에이터로 간신히 녹였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 각종 복지 정책은 우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우리에게 너무 어렵다. 그 사안들을 설명하는 언론의 말도 어렵다. 누가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 것인지 우리의 언어로 쉽게 말해주는 이들이 없다.
외부인들은 우리에게 정치에 너무 관심이 없다고 타박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 정책의 변화를 통해 혜택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더구나 하루하루 배달을 해내느라, 힘겹게 한 주를 보내느라, 남는 시간에 편하게 쉬고 싶어서, 어려운 언어를 배울 힘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주어진 일을 꿋꿋하게 해내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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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가 배달 2년... 화장실 변기 얼어 겨우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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