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건강한 동네 만드는 게 중요"

인천, 전국 최초로 민관합작으로 만든 동네단위 보건소

등록 2015.02.12 15:59수정 2015.02.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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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민관 합작으로 동네단위 보건소 형태인 건강관리센터(센터장 장진선·43)가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들어섰다.


전국 최초의 일이다. 아직 시범 운영되고 있는 이 모델의 성패가 전국 확산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에, 당사자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부평구 십정동에 동네의료기관 1호 만들다

 장진선 십정동 건강관리센터장
장진선 십정동 건강관리센터장김영숙
2001년 창단한 참의료실천단은 인천지역의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처럼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검진 등을 실시했다.

활동하면서 모든 사람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2012년 단체 이름을 '건강과나눔'으로 바꾸고 활동 지평을 넓혔다.

건강과나눔은 지난해 12월 4일엔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십정동에 '건강관리센터'를 개소했다.


장진선 센터장은 "주민들이 보건소를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 부평구만 보더라도 부평4동에 있는 보건소나 청천동에 있는 보건지소는 인근 주민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렵다. 보건소에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정보 접근이 어렵고, 일하는 사람들은 퇴근 후에 이용하지 못한다"고 한 뒤 "동네단위의 보건소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건강관리센터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십정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장 센터장은 "이곳은 중소 병원은 물론 기초 의원도 거의 없다. 맞벌이 부부가 많이 살고 있는 인구 밀집 지역임에도 의료기관이나 복지시설이 전무한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특히 인근 십정초등학교 학생 400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해봤더니, 130명이 비만으로 나왔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건강을 관리해줄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주로 인스턴트음식을 섭취해 비만과 빈혈이 많다"고 했다.

스스로 건강 관리하는 센터

"건강관리센터는 보건소와는 다르다.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진료하지 않는다. 하지만 센터에 가입한 회원들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건강관리센터는 부평구민뿐 아니라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무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한 번 방문하면 모두 회원으로 등록돼 정기적으로 건강을 관리 받을 수 있다. 혈압·혈당·고지혈증·빈혈·비만·소변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들이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지며, 센터에 상주하는 간호사(건강관리팀장)가 병·의원보다 훨씬 자세하게 상담해준다.

장 센터장은 "병원에선 시간제약으로 상세하게 상담하기 어렵다. 우리 센터는 회원들의 건강상태뿐만 아니라 식이조절·운동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또한 일반 회원은 한 달에 한 번, 조금 심각한 질환의 회원은 보름에 한 번씩 방문할 수 있게 연락해 관리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동네 주치의다"라고 했다.

직장인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고, 마지막 주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40~50대는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모르기도 하고, 젊다고 생각해 알지만 관리하고 싶어 하지 않아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병원과 연계해 병원에서 진료받게 하고, 건강센터에선 식습관을 교정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을 만들게 하려고 한다. 다양한 건강교육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개소식을 한 후, 운영 방법과 프로그램 등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상 운영 한 건 1월 5일부터다. 지금까지 등록된 회원은 40여 명이다.

보건의료운동 고민하다보니

장 센터장은 1992년 길병원에 입사했다. 당시는 의약분업 전이라 환자들이 병원 약국에서 약을 받아 약제과에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사무직으로 입사한 그는 약제과로 발령났다.

1999년 길병원에 민주노조가 설립됐고, 그도 노조에 가입했다. 병원 쪽은 휴면노조인 유령노조를 부활시켜 민주노조를 탄압했다.

"7년을 약제과에 근무했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안내하는 업무를 시켰다. 그래도 민주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니까, 원무과로 발령을 냈다. 원무과는 유령노조가 부활한 후 모두 그 노조에 가입한 부서다. 버티다가 결국 2003년에 퇴사했다."

장 센터장은 근로복지공단 산재중앙병원노조에서 상근하다가 2006년부터 참의료실천단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장정화 참의료실천단 상임이사가 '보건의료운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병원에서 근무했지만, 그때 만해도 보건의료운동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보건의료운동을 화두로 해 참의료실천단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장 센터장은 "건강관리센터를 만들면서 주민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꾸준히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보건의료운동이라고 생각했다"고 한 뒤 "센터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다짐하듯이 말했다.

건강한 동네 만드는 게 중요

장 센터장은 "센터 회원들이 처음에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신경을 쓰겠지만 점차 동네로 시선을 확대해 건강한 동네를 만드는 데 함께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무단 투기한 쓰레기를 치우거나, 밥을 못 먹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등의 일을 회원들과 함께 함으로써 이웃과 함께 사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지역의 환경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운영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물으니, 한 여성 회원의 사연을 소개했다.

"혈압·비만·당뇨가 심각해 집중관리를 받아야하는 회원이 있다. 그동안 한의원도 가고 병원도 가고 다양한 약도 복용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2주 전에 검사하고 건강수첩을 만들었다. 이 회원은 최근 급속도로 살이 쪘다. 건강관리팀장이 '모든 만성질환의 근본은 비만'이라 판단하고 건강수첩에 식이조절과 운동법을 구체적으로 적어주고 정기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치료해보겠다고 의욕을 밝혔다."

장 센터장은 "회원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마음을 써 준 게 통한 것 같다. 소통과 공감으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돕겠다"며 "십정동 건강관리센터가 활성화돼 이런 형태의 건강관리센터가 인천 전역으로, 전국으로 확대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장진선 #건강관리센터 #십정동 #건강과나눔 #참의료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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