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도보행진단은 무안에서 목포까지 오는 길에 큰 고개를 3~4개 넘었다.
이영주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청계면에서는 목포에서 마중나간 시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30여명이 합류해 도보 행진단이 150여 명으로 불어났다.
무안에서 출발한 지 4시간 여 만에 도보 행진단은 목포에 도착했다. 팽목항에서 정기여객선이 다니던 곳, 세월호가 침몰한 조도 사람들이 대거 몰려 살고 있는 곳이다. 목포에서 가장 먼저 도보 행진단을 맞이한 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고등학생들이었다.
교복은 입은 고등학생 30여 명이 손 피켓을 들고 도보 행진단을 마중 나와 있었다. 고등학생들의 손에는 '미안해 잊지 않을게' '슬퍼하지 마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미안해요. 힘내세요." 고교생들은 유가족들이 가까이 오자 먼저 눈물을 터뜨렸다.
학생들과 포옹을 하던 유가족들은 되레 "울지 마, 울지 마"하며 학생들을 다독였다. 그렇게 애써 무덤덤하게 학생들을 다독이던 유가족들도 복받치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유가족들은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후 뒤돌아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도보 행진단이 목포시내 거리를 지날 때마다 곳곳에 노란 우산을 쓴 시민들, 대형 피켓을 들고 선 시민들이 이들을 맞이했다. 시민들은 대열에 합류해 함께 걸었다.
행진단은 오후 6시 목포하당 장미의 거리에서 목포시민들과 만났다. 목포지역 고등학생과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행사를 지켜보던 최진철씨는 "저기 앉아 있는 유가족들 심정이 오죽할까. 가슴에 한이라도 맺히지 않게 국민이 나서줘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앞에 나온 도언이(3반) 어머님과, 준우(7반) 아버님은 "안산에서 출발해 언제 팽목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팽목항 지척에 와 있다"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을 가족 품에 안겨드리고 진실을 인양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목포시민 여러분의 관심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목포시민들과 만난 도보 행진단은 하룻밤을 묵을 목포청소년수련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압해한의원 정성빈 원장이 몸 성한 곳 없는 도보 행진단을 위해 뜸과 침으로 마음을 보태기도 했다.
12일 오전 8시 30분. 바람은 불었지만, 하늘은 맑고 햇살은 유난히 반짝였다. 도보행진단은 팽목항을 향해 다시 발을 내디뎠다. 도보 행진단에서 "이제 이틀 후면 도착할 텐데..."라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팽목항까지 남은 거리는 73km. 이제 높고 험한 고갯길도 없다. '진도'라고 적힌 표지판이 행진단 앞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