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고 나서<오마이뉴스>에 쓴 글이 1천 편이 넘어 '명예의 전당 오름상'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1989년 출간된 <쫄병수칙>이라는 이름의 두 번째 단행본에 필자로 참여하면서 '글사랑' 출판사로부터 워드 프로세스라는 기계를 선물 받았다. 하지만 기계로 글을 쓰는 것에 적응하기 어려워 기계는 아내 물건이 되다시피 했다. 원고지를 앞에 놓고 만년필을 쥐어야만 글이 나오는 현상은 그 후에도 몇 년 동안 지속됐다.
1995년 지방지 <중도일보>에 연재 소설을 쓰게 되면서 워드 프로세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986년 <대전일보>와 <제주신문>에 연재 소설을 쓸 때는 무난히 육필로 집필했지만, 몇 년 후 <중도일보> 연재 때는 육필 작업이 어려웠다. 아예 처음부터 워드 프로세스로 원고 작업을 했다.
그러다가 1999년부터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워드 프로세스는 글만 쓸 수 있는 단순 기종이지만, 컴퓨터는 광대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었다. 금세 컴퓨터에 푹 빠져 들었다. 그 때부터는 도저히 육필로는 글을 쓸 수 없게 됐다.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생각이 정리가 되고, 글이 나오는 것이다.
2001년 7월부터 오마이뉴스에 글 송고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니 인터넷을 알게 됐고, 곧 사이버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맨 처음에는 문학 전문 사이트에 출입하다 '안티조선' 운동 사이트인 '우리 모두'에 진출했다. <조선일보>에 대항하는 글들을 맹렬히 썼다. 치열한 투쟁이었다.
그러다가 2001년 7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참여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어언 14년이 흘렀다. 14년 동안 <오마이뉴스>에 변함없이 줄기차게 글을 썼다. 정치 칼럼도 쓰고, 사는 이야기와 여행기도 쓰고, 종교 관련 이야기며 제법 때깔 좋은 에세이도 썼다.
동료 문인들로부터 왜 소설은 쓰지 않고 '잡문'만 쓰느냐는 말도 들었다. 그러다가는 소설을 아예 쓸 수 없게 된다는 말, 바둑기사가 바둑은 두지 않고 오목만 둔다는 질책성 충고를 듣기도 했다. 옆에서 집사람은 이해를 해줬다. 오목도 제대로 잘 두면 된다고 했다. 장시간의 바둑을 두지 못할 바에는 오목이라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둬야 한다고 했다.
명색이 소설가지만 사실 소설은 어렵다. 장시간의 집중과 몰두가 필요하다. 때로는 몸서리나도록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 아닌 글들(나는 절대로 '잡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은 진저리나리만큼 어렵지는 않다. 아무 때나 쓸 수 있고, 급한 청탁을 받으면 밥을 먹다가도 단숨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장시간의 집중과 몰두가 필요한데, 내 생활 여건이 그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것이 뼈 아프고 서러워 언젠가는 오밤중에 자다 말고 일어나 앉아서 철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투혼의 마음가짐으로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