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졸업해요~'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졸업장을 받은 3학년 학생들이 머리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선사고는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이 되기 위해 시상식을 하지 않고 졸업생 전원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 했다.
이희훈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를 시작하겠습니다!"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3층 대강당. 불 꺼진 강당 안에서 핀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정보민(1-6), 채희찬(2-1) 학생이 힘찬 목소리로 알렸다. 사회자의 짧은 인사 후 다시 강당 불이 꺼졌다.
이어 무대 뒤편 스크린에 '후보 소개 영상'이 나왔다. 지난 2012년 봄, 서먹함이 묻어나는 첫 단체사진부터 담임선생님과 떠난 테마여행, 가을축제 장기자랑 등 영상에는 졸업생 214명의 얼굴이 모두 등장했다. 서울형 혁신학교인 선사고 학생들은 이날 '졸업식'을 '시상식'으로 바꿔 불렀다. 수상자는 졸업생 전원이다.
감동 없는 '훈화말씀'은 생략...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후보 소개가 끝나자 이번엔 시상을 맡은 김용성 교장선생님이 등장했다. 실제 연말 시상식처럼 여학생과 팔짱을 낀 채로 강당 한가운데 놓인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웅장한 배경음악도 빠지지 않았다. 이어 시상 도우미인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무대로 오르자 졸업생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남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서 이날의 가장 중요한 순서가 시작됐다. 1반부터 8반까지, 모든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을 지나 무대 위로 올라가는 시간이다. 졸업생들은 강당 입구부터 무대까지 약 10여 미터를 음악에 맞춰 누볐다. 그 사이 무대 양쪽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학생의 이름과 어린 시절 사진이 떴다.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은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선생님과 일일이 포옹하며 작별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돌아갔다.
일반 고등학교와 다른 이번 졸업식은 학생들의 작품이다. 지난달 '졸업식준비위원회'를 꾸린 학생들은 모든 걸 스스로 기획했다. 이들의 목표는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이었다. 소위 '모범생'만 무대 위로 호명하는 것은 '선사고'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올해는 서울대를 OO명 보냈다'는 식의 훈화말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졸업장 외에 '서울시교육감상', '강동송파교육장상' 등 소수만 받는 특별상은 해당 학생들만 따로 불러 수여했다.
지난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선사고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이끌어내는 교육 실험이 활발한 곳이다. 학급 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한 반을 둘로 나눠 담임 두 명을 배치하는 '작은학급제'를 운영하고, 반별로 직접 기획해 떠나는 테마여행 등 창의적 프로그램이 여럿이다. 학생·학부모·교사로 구성된 3주체가 협의해 지켜야할 생활 규칙을 정하는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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