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경제부시장과 힘없는 행정부시장에 '혼란'

인천시 조직 개편 시행 후 공직 사회 뒷말 무성

등록 2015.02.10 19:03수정 2015.02.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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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비 확보와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정무부시장을 경제부시장으로 바꾸는 형태로 시 행정조직체계를 개편했다.

아울러 재정기획관과 투자유치단을 신설했고, 이 두 부서와 규제개혁추진단·경제산업국·건설교통국·해양항공국을 경제부시장이 관장하게 했다. 이로써 경제부시장은 기존 정무부시장과 달리 행정부시장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지녔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 곳곳에서 '행정을 모르는 개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이사관에 해당하는 시 재정기획관(지방공무원 3급)은 산하에 예산담당관·재정담당관·세정담당관·회계담당관을 두고 있어, 시 재정을 총괄한다. 재정기획관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경제부시장과 시장의 결재를 받는다. 원래 이 분야의 결재라인이었던 행정부시장은 이제 협조할 뿐이다.

조직 관리의 핵심은 사람과 돈이다. 인사와 세정·회계분야의 관리자는 행정관리국장(지방공무원 3급·전 안전행정국장 또는 자치행정국장)이었고, 예산·재정과 평가·기획업무 등의 관리자는 이사관(국가공무원 2급)인 기획조정실장(전 기획관리실장)이었다.

이들 모두 국가공무원 1급 관리관인 행정부시장의 결재를 거쳐 시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재정(예산·재정·세정·회계) 관리가 경제부시장 결재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조직 관리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인사 분야 결재는 행정관리국장에서 행정부시장으로 이어지지만, 재정 분야는 재정기획관에서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경제부시장으로 이어진다.


기획조정실장의 업무 영역은 예산·재정·기획·평가·법무·정보 등이고, 원래 행정부시장이 총괄했다. 그런데 이 중 예산과 재정 분야를 재정기획관에게 맡기고, 재정기획관이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경제부시장의 결재를 맡게 했다. 재정기획관은 국장급인데, 다른 국장들이 의회에서 보고할 때 재정기획관은 빠지게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공직사회에서 선출직인 시장과 별정직 공무원을 제외하면 최고 공직자는 1급 행정부시장이고, 그 다음 공직자는 2급인 기획조정실장이다. 그런데 이들의 역할이 상당부분 축소됐고, 권한에도 힘이 빠지게 된 것이다.


반면 별정직 1급에 해당하는 경제부시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경제부시장은 시 재정과 경제·산업 부서를 총괄하는 것을 넘어 투자유치기획위원장을 겸하며 시 본청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도시공사의 투자유치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천도시공사 재무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팀 단장을 맡아 도시공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 공직사회는 이 같은 개편에 전반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결재를 누구에게 위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권한이기에, 공무원들은 할 말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다.

한 퇴직공무원 K씨는 "행정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선출직 시장의 교체, 별정직 경제부시장의 변경과 무관하게 일관성이 있어야한다. 경제부시장은 별정직에 해당하는 계약직 공무원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만둬야 한다. 시 재정을 과연 외부에서 영입한 경제부시장에게 모두 맡겨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퇴직공무원 B씨는 "지금처럼 경제부시장에게 권한과 역할이 편중되면 교차점검이 어렵고, 임기 만료 후 조직 재정비도 어렵다. 경제부시장 한 사람 때문에 행정조직 체계와 결재라인이 이상해졌다. 경제부시장이 그만두면 조직을 또 다시 정비할 게 뻔하다. 이는 고스란히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아니라 특정인을 위해 만든 조직이나 다름없다"고 쓴 소리를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유정복 #경제부시장 #행정부시장 #행정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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