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출국길에 나선 신은미 시민기자가 지난 1월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로비에서 배웅을 나온 황선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이희훈
우리 겨레의 분단은 마치 우리 민족에게 씌워진 악마들의 놀음, 아니 마녀가 재미삼아 걸어놓은 마법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의 분단은 분명 민족의 죄악이요, 우리는 이 죄악의 사슬로부터 해방되어야 함이 우리 남과 북, 북과 남, 한민족의 당연한 사명임을 이 엄마는 반세기를 살고서야 간신히 깨달았단다.
북녘땅에서 만난 우리 딸 설경이는 하늘이 내게 내려준 축복의 선물이다. 그리고 북녘땅에서 스치며 만난 따뜻하고 정 많은 착한 동포들도 영원히 내 심장에 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야.
엄마가 지난 시간 한국에서 감내해야 했던 수난과 시련의 날들은 어찌 보면 오랜 세월 동안 '배부른 돼지'마냥 오로지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부끄러운 삶에 대한 죗값을 치른 세월이라 생각되어진다. 그저 짧은 기간 동안의 채찍질과 역경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고통스러웠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내 영혼은 기뻤고 행복했다! 그리고 내 살아온 생을 통 털어 가장 보배로운 것들을 많이 얻은 시간이기도 했어.
남과 북, 북과 남의 화해와 민족의 통일은 한민족이 이루어야 할 공의요, 정의라고 이 엄마는 생각해. 분단과 분열, 서로를 갈라놓고 싶어하는 악의 무리들을 기필코 싸워 이겨야만 한다.
그리고 설경아!
엄마는 이번 시련을 겪으면서 오히려 우리 민족에게 드리운 희망을 봤어. 설경아, 남녘에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네 형제들이 참으로 많아!
설경아! 대부분의 남녘 동포들은 참으로 정감 넘치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따스하고, 근면한, 한 핏줄 이어받은 배달의 한민족이란다. 너도나도 의성아빠도 '까다롭고 퉁명스럽기까지 한' 네 아버지도 모두 모두 자랑스러운 한민족이요, 한겨레다.
머지않은 날, 남북의 사랑스러운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날의 설움도, 아픔도, 원망도 모두 다 내려놓고 두 손 꼭 잡은 채, 도란도란 한 아름 쌓아두었던 정을 듬뿍 나누는 장면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남북 동포들이 도란도란 정 나누는 날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