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에너지 채굴 방법 개념도(자료 : 한국염색가공학회)
한국염색가공학회
셰일에너지 개발업체들의 줄파산은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그것은 현재 셰일에너지산업이 갖고 있는 세 가지 근본적인 한계와 관련되어 있다.
첫째는 셰일에너지 개발 비용이 전통적인 유전 개발 비용에 비해 비싸다는 사실이다. 셰일에너지는 전통 원유나 가스와는 달리 지하 2~4km에 달하는 깊은 곳에 있는데다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진흙층 틈새에 분산되어있어 채굴이 어렵다.
이 때문에 셰일에너지는 최초 채굴이 1825년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탐사의 어려움과 생산 비용 문제로 대량생산을 하지 못했다. 셰일에너지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수직채굴 공법에 새로 개발된 수평시추-수압파쇄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기술은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다 특정 깊이부터 수평으로 뚫어가는 기술이고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기술은 시추 파이프에 뚫린 여러 구멍으로 물, 모래, 화학물질 등을 높은 압력으로 분사하여 암석에 균열을 만드는 기술이다.
게다가 셰일 유정의 수명은 약 3년으로 전통적인 유전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규 유정을 개발해야 한다. 당연히 개발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천연가스나 원유의 국제 가격이 특정 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셰일에너지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한다.
실제로 셰일업계가 개발 이익을 단 한 푼도 얻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스웨덴 소재 석유업체인 룬딘 페트럴륨의 CEO인 애슬리 헤펜스탈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셰일 산업에서 영업 현금흐름이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으며, 계속해서 자본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배럴당 100달러대에도 셰일오일 업체들은 실제로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014년 10월 말 셰일오일 산업계 전체로서는 개발 바람이 분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이윤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둘째는 채굴 가능한 셰일에너지 매장량이 매우 부풀려져 있다는 점이다. 석유공학에 관한 한 그 권위를 가장 높이 인정받는 미 텍사스 대학 석유 지질학과의 거두, 태드 팻잭(Tad Patzek) 교수 연구팀은 2014년 11월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미 국책 에너지연구기관들이 셰일에너지 기업들의 채산성 있는 시추공을 표본으로 삼아 미국 셰일가스 매장량을 산출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비판한 바 있다(<미래한국>, 2015. 2. 4 보도).
그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에너지 매장지역에는 많은 호수들과 대도시들이 존재하며 그러한 곳에서는 수압파쇄식의 셰일가스 시굴방법으로는 석유를 캘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팻잭 교수팀은 미국의 셰일에너지 매장량이 2017년 정점에 달한 후 급속하게 고갈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원유·가스 탐사업체인 샌드리지사는 2012년 11월 셰일오일 예상 매장량을 유정당 45만6000배럴에서 42만2000배럴로 수정한 후, 5개월이 지나 이를 다시 36만9000배럴로 다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초기의 과대평가된 매장량은 생산량이 좋았던 몇 개의 유정을 기준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채굴기술 개발로 생산효율이 증대되고 채굴 가능한 가스의 양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전체적으로 부풀려진 매장 추정량 자체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대평가된 매장량만 믿고 투자에 나선 업체들이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셋째는 셰일에너지 개발에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너무나 많이 몰렸다는 점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사상 유래 없는 '양적완화'정책을 펴고 기준금리를 0%로 만든 조건에서, 사실상 유일한 성장동력으로 지목된 셰일에너지 개발에 돈이 몰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4분기까지 셰일산업에 투자된 자금이 확인된 것만 무려 560억달러, 우리 돈으로 56조원 이상에 달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웨버 텍사스대학 에너지연구소 책임자는 "(2008년) 부동산 거품 이후 월가는 투자할 곳을 찾았고, 자금은 역내 석유와 가스업계로 유입됐다"면서 셰일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음을 확인했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도 저렴한 이자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중소규모의 개발 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대기업조차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발 직후부터 나타나기 했다. 셰일 유정을 파보니 예상보다 상황이 열악했던 것이다. 일례로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회사가 투자했던 셰일 유전층이 애초 예측과는 달리 복잡해 채굴 비용이 크게 늘어나 2014년 2700억 엔(약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MB정권의 자원외교와 관련한 2014년 국정감사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혼리버 등 3개 유전 개발 사업에 무리한 투자로 1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점 역시 비슷한 사례에 해당한다.
셰일에너지 개발업체들이 안고 있는 세 가지 문제점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것이 유가 폭락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50달러까지 반 토막 나자 개발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뭉칫돈을 투자했던 금융업계가 손해를 보면서도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 원유가격을 폭락시킨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셰일에너지 개발로 인한 공급과잉이라는 점은 더욱 역설적이다.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동력이었던 셰일에너지를 잃어버린 미국경제가 7년째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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