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구역 전경티어가르텐(Tiergarten) 서쪽에 위치한 한자 구역(Hansaviertel), 새로운 유형의 주택이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신희완
거대한 베를린을 함께 재건하려던 동서독의 도시건축가들의 이상은 1948년 소련이 서 베를린을 봉쇄하며 무산된다.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동-서 베를린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서 베를린은 1950년 보나츠 계획을 토대로 한 토지이용계획(Flächennutzungplan)을 수립하며 주거 구역, 상업 구역, 공업 구역 등을 새롭게 정돈하기 시작했다. 계획의 2가지 중요한 목표는 과거보다는 건물의 밀도를 낮추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가능한 많은 녹지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는 과거를 신경 쓰지 않고, 기존의 도시를 벗어난 새로운 이상을 실현시키기에 좋은 무대였다.
동 베를린은 같은 해 스탈린 시대의 소비에트 도시 설계를 모델로 삼은 재건 법(Aufbaugesetz)을 지정하였다. 서 베를린의 계획과는 다르게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인 도시 개발에 초점을 둔 법이었다. 두 도시는 서로 경쟁을 하듯 각자의 도시를 재건하고 건설해갔다. 도시를 넘어선 두 국가의 자존심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