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정을 타나 낸 갑골문 -<한자의 탄생> 197쪽-
김영사
임신과 관련된 갑골문 중에는 더 명백하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첫 번째 사진 형태의 글자도 있고, 혹은 더욱 요점을 찌르는 두 번째 사진도 있다. 초음파 검사로 태아가 완벽하게 형태를 갖췄음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는(하지만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는 분간할 수 없고)것 같은 이 글자가 '잉孕(임신하다)'자 이다.게다가 이런 글자들은 과일이 익으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순조로운 임신 과정을 기록한 중요한 실록이기도 하다. 갑골문 중에는 형태가 정교하고 대동소이한 글자들이 한 무더기나 더 있다. 사진 중 세 번째 글자는 갓난아이가 어머니의 둔부 아래쪽에서 빠져나오는 출산 과정을 소박하게 묘사하고 있고, 사진 네 번째 글자는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모습까지 표현하고 있다. 사진 다섯 번째 글자는 어머니의 자궁이 열리면서 조산원이 두 손으로 아기를 받아 드는 장면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자세히 기록하고 있고, 사진 여섯 번째 글자는 국부(局部)를 부분적으로 클로즈업하고 있다. 앞의 세 글자는 나중에 '육毓(기르다)'자로 발전하게 되고 클로즈업한 글자는 '육育(기르다)'자로 발전하게 된다. 이 두 글자는 원래 똑같이 출산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미약하게나마 소리의 인접성을 보존하고 있어 오늘날 같은 독음으로 발음된다. -<한자의 탄생> 197쪽-오늘날 오줌 뇨(尿)자 된 갑골문은 오줌 누는 상황을 그린 캐리커처만큼이나 비슷하고, '시屎(똥)'자의 갑골문 역시 똥을 누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상징적입니다.
질(疾, 병 질), 병(病, 병 병)자 또한 몸이 아파 병실(침상)에 누워있는 환자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진 문자도 있고, 달라지거나 변형된 문자도 분명 있습니다. 문자가 달라지고 변형되는 과정들은 중국역사의 변천사이며 중국문화에 반영된 가치의 변화입니다.
갑골문(상형자)은 옛날 옛적 중국에서나 통용되던 글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다른 형태의 상형자는 현재도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도로에 세워져 있는 각종 안내판에 들어있는 이런저런 도형이나 기호들 또한 무엇인가를 표현하거나 상징하고자 하는 현대판 상형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자의 탄생>을 읽으며 상상력을 조금 보탠다면 복잡하고 어렵다고만 생각되는 한자, 한자를 낳은 갑골문에 스며있는 그 시절 그 사람들이 갑골문으로 기록하고자 했던 어떤 표현과 상징까지가 연상 돼 만화보다도 더 재미있게 읽으며 한자를 새길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김영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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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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