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가족
웅진주니어
앤서니 브라운은 인간과 닮은 원숭이를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재미를 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잘못을 꼬집어 주기도 한다. 원숭이들은 미술관에 가기도 하고 종횡무진 동화 속에서 신기한 모험을 즐기기도 한다. 축구선수가 되기도 하고 인간과 같이 다사다난한 일상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의인화'라는 통로를 통해 인간이 사는 세상을 형상화한다. 그러나 <고릴라 가족>은 조금 달랐다.
그저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분명한 메시지를 심어놓기를 즐기는 앤서니 브라운의 평소 작품 성향을 생각하며 <고릴라 가족>을 집어들은 독자들은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며 점점 더 당황하게 된다. 마치 영·유아의 숫자 학습책을 방불케 하는 커다란 숫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이 책 잘못 산 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인내력을 가지고 숫자 10까지 넘어가 다시 한 장을 넘기면 이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등장한다. 수염까지 실감나는 자화상으로. 대체 어느 그림책에서 작가의 자화상이 생생하게 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그렇게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방법으로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모두 한 가족입니다. 나의 가족이기도 하고...." 도대체 누가 가족이란 말인가! 10종류의 유인원족? 그의 나머지 말을 듣기 위해 다시 한 장을 넘기면, 저마다의 표정과 저마다의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화면 가득 독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나머지 말은 "여러분의 가족이기도 합니다"라고 뇌리에 꽂힌다.
이쯤 되면 독자는 다시 그림책의 첫 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작가가 전달한 이야기가 그냥 숫자 놀이가 아니란 걸 안 이상 정확한 메시지 수용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첫 장을 펴게 되는 것이다. <고릴라 가족>의 참 맛은 이때부터 느낄 수 있다.
첫 장을 다시 넘기면 한 마리의 고릴라가 뚫어져라 독자를 바라보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고, 심지어 미소 짓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음 장은 미소 짓는 엄마 품에 안긴 오랑우탄 아가, 아빠미소 지으며 사진 찍고 있는 침팬지 가족, 겸연쩍은 미소로 바라보는 맨드릴개코원숭이... 처음 보는 원숭이 종류와 생생한 표정들에 빠져들고 있을 즈음 작가는 이 다양함에 비수를 꽂는다. 그저 모두 한 가족이라고. 내 가족일 뿐 아니라 당신들의 가족이라고...
세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들은 온통 편가르기로 넘쳐난다. 피부색에 따라, 민족에 따라, 나라에 따라, 저마다의 이념에 따라, 심지어 그러다 싸우기까지 한다.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고 공격하고 죽이기까지 하며... 우리의 현실은 아무리 봐도 디스토피아의 세상이다. 그래도 누군가가 끊임없이 유토피아를 이야기 한다면 세상은 점점 더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살며시 바라본다. 매일매일 뉴스를 시끄럽게 하는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에도, 죄없는 사람들 잡아가 주홍색 옷 입히고, 편가르기의 희생양으로 삼는 IS 땅에도, "옛다, 이 사람들아" 하고 <고릴라 가족>을 전해주고 싶다.
고릴라 가족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웅진주니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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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한 가족입니다"... 고릴라가 당신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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