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제부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만조로 막혀 있다.
임재만
바닷길이 기적처럼 열리는 곳이 있다. 마치 해신이 있어 조화를 부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신이 아닌 달과 천체의 농간에 의한 것이다. 그 주체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달이다. 달은 지구를 돌며 인력으로 바닷물을 끌어당긴다. 그러면 지구 한쪽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밀물이 되고 지구 반대편에는 물이 빠지는 썰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반복된다. 서남해안에는 썰물로 인해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 많다. 밀물과 썰물의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진도의 바닷길이 그러하고 충남 보령의 무창포의 바닷길이 그러하다. 뿐만아니라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에도 있다. 바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제부도다.
4일 오후 2시, 모세의 기적이라 부르는 제부도를 찾았다. 물때가 맞았는지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닷길이 열렸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바닷길은 두 차가 교행할 수 있을 만큼 넓게 S자로 뻗어 있다. 차도 뿐 아니라 인도까지 만들어 놓았다. 신비의 바닷길을 직접 걸어 보기는 했지만, 차를 타고 들어가기는 처음이다.
바람도 잠잠하고 날씨도 화창하다. 평일이라 차도 많지 않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한산하다.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일이라 이제는 당연한 자연현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바닷길은 더 이상 신비로운 길도 아니고 호기심을 주지도 않는다. 더욱이 포장길은 신비함마저 떨어트린다. 차라리 모랫길이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한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은 하루에 두 번 열리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추어 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부도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잘 짜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섬에 몇 시간을 갇혀있어야 한다. 해양조사원 홈페이지(
http://www.khoa.go.kr/)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서해 바다 위를 걷는 최상의 해안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