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영화관 앞에 현재 상영 중인 영화가 걸려 있다.
이유진
한아무개(25, 여)씨는 일 주일에 한 번은 꼭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그러나 좌석을 고를 때마다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씨가 선호하는 맨 뒷자리는 커플석으로 지정돼 있어 번번이 다른 좌석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커플석은 일반석보다 가격이 더 비쌀 뿐만 아니라 2인석을 묶어 팔기 때문에 혼자 온 고객이 커플석의 1인석만 살 수는 없다. 영화가 거의 매진돼 맨 앞 자리를 구매했을 때도 그는 별다른 할인을 받을 수 없었다. 스크린과 가까워 2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나자 목이 뻐근했지만 앞좌석이라는 이유로 할인을 해주지는 않았다.
과다 광고 상영, 매점 상품 폭리 등 영화관 '갑질'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청년유니온이 지난달 28일부터 대형 멀티플렉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시민·소비자들을 모아 영화관 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 "영화관에 불만있는 시민·네티즌 다 모여라"의 이름으로 올라온 기획 토론에는 일 주일만에 112개의 의견이 게재됐다. 해당 페이지에는 영화관에 대한 시민들의 갖가지 불편 사항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유료로 관람하는 영화에 상업 광고가 포함된 데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표시했다. 한 누리꾼은 "내가 영화관에 가지 않는 이유는 광고(때문)"이라며 "내 돈 내고 불편한 좌석에 앉아 20분간 광고를 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빅3' 멀티플렉스들은 티켓에 표기된 상영 시작 시간 이후에도 10분 가량 광고를 상영한다. 상영 시작 시간 이전의 광고까지 포함하면 광고 시간은 20분이나 된다.
영화관의 매점에서 판매하는 식음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다른 한 누리꾼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과 음료수의 폭리가 너무 심해 애들과 영화를 한 편 보려면 가격(부담)이 장난이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 지난 3일 CGV 신촌아트레온점에서 만난 한 관람객도 "둘이서 영화 한 편 티켓을 끊고 팝콘 세트 하나를 시키면 3만 원이 넘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빅3 멀티플렉스 모두 '중' 크기의 팝콘은 4500원에, '대' 크기는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콜라의 경우에는 '중' 크기가 2000원, '대' 크기가 2500원이다. 팝콘·콜라 '소' 크기는 아예 판매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빅3 멀티플렉스의 '대' 크기 팝콘의 원가는 613원, '중' 크기 콜라의 원가는 600원이다. 각각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가 약 8배, 3배에 달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또 팝콘과 콜라뿐 아니라 나초와 핫도그 등 '빅3' 멀티플렉스 영화관 내 매점 상품의 가격이 모두 같아 3사의 가격담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극장 내 외부음식 반입이 허용되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