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래 가사를 적는 것도 좋은 한국말 공부 방법이란다.
김혜원
농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대부분 비인간적이고 열악하다. 일손이 바쁜 농번기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휴일조차 없이 일하는 게 보통이다. 농한기의 경우에는 일이 없다고 월급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밥값과 기숙사비를 달라고 하기도 한다. 때때로 다른 농장에 외국인 노동자 인력을 빌려주고 농장 주인이 품삯을 대신 받는 편법도 일어난다.
농장 자체가 영세하다보니 임금을 밀리거나 떼이는 경우도 흔하다. 파산신청을 하고 달아난 사장을 기다리다 비자기간이 만료되어 강제출국을 당한 노동자도 있다. 어이없지만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선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한다'는 근로기준법 63조 때문에 법적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 또한 이들의 현실이다.
"세 번 옮겨서 이번이 마지막 일자리에요. 여기서 한 번 더 옮기면 출국해야 돼요. 법이 그래요. 저녁에 같이 한국어 공부하던 친구 하나는 공장을 여러 번 옮겨서 결국엔 캄보디아로 갔어요. 매일 야근하고, 월급도 잘 주지 않고, 문짝을 만든다고 해서 갔는데 다른 일을 시키구요. 공장이 잘 안 돼서 문을 닫기도 하구요. 어쩌다가 나쁜 공장만 다니게 돼서 돈도 많이 벌지 못하고 돌아갔어요. 그 친구도 가면서 많이 울었어요."몸도 마음 한편에 걱정이 생기고 있단다. 한국에 온 지 4년 3개월. 이제 7개월 후면 비자기간이 끝나 캄보디아로 돌아가야 하는데 한국에 들어올 때 계획했던 만큼 돈을 벌지 못해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몸에게도 꿈이 있다. 마지막으로 몸의 꿈을 들어보았다.
"지금 여기 농장은 참 좋아요. 열심히 일하고 한국말도 잘해서 한 번 더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게 꿈이에요. 지금까지 번 돈으로는 한국 올 때 빌린 돈 갚고 엄마아빠 생활비랑 동생 학비 주고 고향집 고치고 별로 남은 게 없어요. 한 번 더 와야 가게 같은 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어 공부 계속하고 있어요. 다시 오고 싶어서요. 한국에 와서 나쁜 사장님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또 오고 싶어요. 남동생한테도 말했어요.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라구요. 동생도 한국에 와서 일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야 엄마랑 아빠랑 잘 살 수 있으니까요."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다니 오히려 감사하다.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혹독한 시간들도 있었을 텐데 그보다는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많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한국의 산업은 더 이상 이주노동자를 제외하고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저들과 손을 잡고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라면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들의 눈물로 차린 밥상에 웃으며 수저를 얹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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