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중인 가족과 조합원들3일 오전 서울 한남동 구본무 회장 자택 앞에서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 지부 조합원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손지은
구본무 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벌인 지 이틀째인 이날, 조합원의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신랑이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한두 달은 열심히 하라고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어려움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 다녀온 큰 아이가 나만 한글을 모른다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어떻게 가르칠까 생각하기보다 돈이 먼저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홍승범(39) 조합원의 아내 한선미(38)씨는 눈물을 삼키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덤덤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지만, 준비해온 편지의 첫머리를 읽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했다. 특히 '큰아이' 이야기를 꺼낼 때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의 남편도 고개를 숙였다.
한씨는 그래도 남편과 조합원들의 싸움을 계속 응원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씨는 "노숙 농성장 옆을 지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가장의 책임을 등한시한다는 가족의 냉대 속에서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라면서 "이들이 요구하는 건 큰돈이 아닌,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혼 3년 차 젊은 부부도 동료들 앞에 서서 생활고를 토로했다. 김용성(35) 조합원은 "지난해 10월 둘째를 낳았는데 정말로 돈이 하나도 없어서 아이의 분유와 기저귀를 사는 게 큰 걱정거리"라면서 "다 큰 성인이 부모님께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어 부끄럽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길 때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곁에 선 아내 유효금(31)씨도 "가족이 이런 곳에 나오는 게 쉽지 않다"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유씨는 "남편은 LG라는 타이틀을 걸고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다"라며 "그저 안정적으로 일하게 해달라는 단순한 요구를 모른 척한다,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설에는 웃으며 보낼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의 삶 나락으로 떨어져... 더 이상 방관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