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후송되어 35일만에 사망한 1급장애인 이아무개(29)씨의 아버지가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여달라고 요구했다.
손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의문사인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 아들의 몸에서 발견된 멍은 단순히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는 시설 측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 아들의 진료기록을 살펴본 결과 사고가 나기 이전인 지난해 9월부터 수차례 타박상과 열상(찢어짐)으로 치료를 받았는데도 이 모든 사실을 아들이 쓰러지기 전까지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멍든 몸을 찍은 사진을 내보이며 "폭행과 학대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연 시설이 안전 관리를 투명하게 해왔는지 의문"이라며 "이 사건이 자칫 단순 사고사로 은폐될까봐 기자회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이번 사건의 구조적 원인으로 수용 중심의 장애인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6년 강원도 한 요양원에서 장애인들이 얼어 죽은 일이 생겼고,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웠는데도 여전히 많은 장애인이 폐쇄된 공간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며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대책위 회원 60여 명은 ▲ 이번 사건을 시설 내 장애인 의문사로 규정하고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직접 나설 것 ▲ 수용 중심의 장애인 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 정책과 지원 제도를 수입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아버지 이씨는 생계를 미뤄두고 진상규명에 매달리는 중이다. 아들이 쓰러진 직후부터 병원에서 생활하며 홀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인천시청, 인천지방검찰청 등을 찾아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평소에 아들) 면회도 잘 안 다니지 않았느냐"라고 면박을 당한 적도 있다.
기자회견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해당 시설은) 건강을 책임지고 자립할 수 있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준다는 말에 고르고 골라 선택한 곳이었다"며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하는 내내 그의 손은 벌벌 떨렸다. 핸드폰에 저장된 아들의 사진을 보여줄 때는 결국 울었다. 진단서 등 아들의 사망과 관련한 서류가 한 뭉치 담긴 검은색 서류가방을 멘 그는 다시 아들이 잠들어있는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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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멍 든 채 사망한 아들...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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