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도 바다에 있는 등대.
이주빈
저 등대 밖으로 나가면 어디로 흘러갈까. 이 섬을 끼고 흐르는 제주해류를 타고 망망대해를 떠돌면 어느 섬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시절은 해류처럼 흐르고, 인생은 표류하는 배처럼 흔들린다.
영산화가 많이 피어 '영산도(永山島)'라는데 꽃 대신 상념이 만개한다. 도대체 이 많은 상념들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 섬을 한 바퀴 도는 마을배를 타도, 돌담 이쁜 마을 안길을 따라 걸어도 이런저런 상념은 삐죽거리고 나와 파도를 탄다.
그럼에도 멀미를 하는 것처럼 불쾌하거나 어지럽진 않다. 목포에서 약 84km나 떨어진 외딴 섬이 주는 안정감일까. 자연스럽게 '멀리서 바라보기'를 하고, 멀리서 바라본 만큼 관계의 여백을 느끼며 마음은 차분해져간다. 사람들이 말하는 '힐링(healing)'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어딜 둘러보나 풍광이 기가 막힌 영산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당산에 서있는 기개 좋은 소나무 군락과 비류폭포 등 영산팔경(永山八景)은 여행객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