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에 가담한 경찰 31일 오후 강정 해군 기지 군 관사 공사 현장 앞에서 진행된 행정대집행(강제철거)과정에서 경찰이 시민단체 회원을 들어내고 있다.
최병근
오전에 이어 해군기지 사업단 측의 강제 집행이 진행됐다. 해군은 이날 오후 천막을 철거하기 위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오전에 진행됐던 강제 집행보다 표면적인 수위는 낮아진듯 했지만, 이번 오후 집행에는 경찰이 적극 가담했다. 오후에 진행된 강제 집행 과정에서는 연행자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소강 상태를 보이던 강제 집행은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 30분쯤 부터 다시 시작됐다. 오후에 다시 시작된 강제 집행은 경찰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용역들이 주도해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을 끌어냈다. 이는 오전에 빚어진 물리적 충돌을 의식한 경찰의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날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해 이곳을 찾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농민은 "원래 행정 대집행은 용역들이 주도해야 하는데 오전에는 그렇게 하다가 오후 들어서 경찰들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용역들을 경찰들이 도와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측과 경찰 측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벌어진 행정 대집행은 해가 지기 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대집행은 해가 뜨고 난 직후부터 해가 지기 직전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후에 진행 된 강제 철거 과정에선 연행자도 발생했다. 또, 여성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옷이 벗겨졌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옷이 벗겨졌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여경들이 (나를)무자비하게 끌어내면서 옷이 벗겨졌다. 대한민국 여경들이 여성을 대하는 모습과 인권 수준이 이 정도다"라며 비판했다. 이날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해 참여한 신부와 수녀들도 모두 농성 천막 인근에서 들어 내졌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는 "마지막 한 명이 남을때까지 천막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3시 35분을 기점으로 천막에 있는 인원들은 모두 끌어내진 상태다. 망루에 5인 정도의 인원이 남아있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강정마을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군 관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행정 대집행이 시행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무엇보다 마을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며, 행정 대집행 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담당 부서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비상 대기해 달라"고 말했다.
[1신 : 31일 낮 12시 4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