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아직도사용가능한 나의 필름카메라들, 디지털 시대가 되자 그들은 조용히 장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로 사진을 담으면 그들에게 새 생명이 주어지는 것이리라.
김민수
살가두와 브레송 사진전을 본 이후 다시 한 번 흑백사진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흑백필름 4통을 확보했고, 오래된 필름카메라들을 점검하고 있다. 같은 필름을 사용해도 카메라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카메라는 니콘FM2와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직전까지 사용하던 캐논eos100QD, 후지필름DL-300RH 얼마전 애써 수리한 야시카 ELECTRO 35 등이다. 최근에도 간혹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긴 했지만, 불편함은 뒤로 하고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할 수 없었다.
디지털 시대의 조급함을 극복하는 것도 좋고 기다림의 미학도 좋은데, 필름인화와 사진인화를 한 후 디지털이미지로 변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모를까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성껏 찍어도 36장짜리 필름 한 롤에서 작품사진이라고 할 만한 단 한 장의 사진도 건지지 못할 때도 있었으니 난감했던 것이다.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평점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음수련을 할 때가 아니라면 필름사진을 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만큼 디지털 시대와 빠름의 문화는 나의 조급함을 잔뜩 키워놓은 것이다. 그래도 막상, 거장들의 흑백사진을 보니 다시 한 번 필름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안다. 흑백필름 4통이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년인가 필름 한 통을 인화하기까지 거반 3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작품 사진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담고 싶었던 순간들을 만나질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은 이미 카메라를 집어들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필름카메라를 다시 만지면서 브레송 같은 이들이 왜 거장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열악한 상황 속에서 그 위대한 작품들을 남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물론, 현존하는 사진가인 살가두는 중형디지털카메라도 사용을 한다. 제네시스 작업을 할 때 펜탁스645를 사용했다고 그의 공저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에서 밝혔다. 물론 카메라가 좋은 것이라서 좋은 작품을 찍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카메라와 좋은 사진은 큰 관계가 없고, 어떤 사진작가에 손에 어떤 카메라가 들려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살가두라면, 똑딱이 보급 카메라로도 충분히 제네시스 작업을 해나갔을 것이다.
무엇이든 과하지 않아야 부담이 없다무엇이든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과잉의 시대 속에서 절대적인 궁핍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적인 영역뿐 아니라 사진의 영역도 그러하다. 이런저런 사진동호회나 사진전문사이트에는 사진들이 넘쳐남다. 수많은 컬러사진들과 먹빵사진들과 셀카들이 인터넷 공간을 잠식하고 있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일 것이다. 이런 홍수 속에서 다시 나에게 묻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지나치게 컬러풀하지 않은가? 이런 시대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하고, 천천히 느릿느릿 걷는다는 것을 흑백사진이나 혹은 필름사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사진찍은 행위, 그 자체도 하나의 삶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흑백사진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며, 사실 흑백사진을 잘 찍지도 못한다. 어쩌면 그 다양한 색을 흑과 백이라는 두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솔직하게 실력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작품사진을 찍겠다는 게 아니라 삶의 자세를 추스려보고자 하는 시점이라 흑백사진에 애착이 더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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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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